FOCUS on the Global South · Research Brief, March 2024
초록
본 논문은 '상호의존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interdependence)' 개념을 분석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이에 저항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Farrell과 Newman(2019)이 제시한 이 개념은 경제적 상호의존이 어떻게 강대국들의 강압적 수단으로 전환되는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이 분석을 확장하여,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상호의존의 무기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집단적, 구조적 저항의 다양한 형태를 분석한다.
1. 서론: 상호의존의 역설
자유주의 국제 경제 질서의 핵심 전제 중 하나는 경제적 상호의존이 평화와 안정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무역, 투자, 금융 연계를 통해 국가들이 상호 의존하게 되면, 전쟁과 강압적 외교의 비용이 증가하고 갈등의 유인이 감소한다는 논리다. 이 자유주의적 평화론은 19세기 후반부터 국제 경제 질서 구축의 이념적 기반이 되어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이 전제는 점점 더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제재, 러시아에 대한 금융 및 무역 제재, 중국의 경제 강압 외교—이른바 '전랑(wolf warrior) 외교'—는 모두 경제적 상호의존이 단순히 평화의 촉진제가 아니라 강압의 무기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호의존은 의존하는 측에게 취약성을 만들어내며, 이 취약성이 착취의 레버리지가 된다.
2. 상호의존 무기화의 구조
Farrell과 Newman(2019)의 분석에 따르면, 상호의존의 무기화는 두 가지 조건에서 가능해진다. 첫째, 상호의존 관계가 대칭적이지 않을 때—즉, 한 측이 다른 측보다 의존도가 높을 때. 둘째, 핵심 허브(hub) 또는 노드(node)를 통제하는 행위자가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을 때.
글로벌 달러 체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중심적 위치가 첫 번째 유형의 전형적 사례다. SWIFT 네트워크를 통한 국제 금융 거래의 달러 의존성, 미국 금융 시스템의 중개 기능은 미국에게 금융 제재를 강력한 외교 도구로 활용할 능력을 부여한다. 이란, 러시아, 쿠바,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는 이 능력의 실제 행사를 보여준다.
기술 분야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구조가 유사한 레버리지를 창출한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일부 장비와 소재가 특정 국가(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기업에 의해 공급되는 상황에서, 이 국가들은 수출 통제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제약하는 능력을 가진다.
3. 글로벌 사우스의 취약성과 저항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상호의존의 무기화에 특히 취약하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1차 상품 수출, 외국인 투자, 달러 표시 부채에 의존하며,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강대국의 강압적 레버리지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글로벌 사우스는 이에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다양한 저항 전략이 관찰된다.
전략적 다각화: 단일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여러 외부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분산하는 전략.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대국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집단적 대응: BRICS, ASEAN, 아프리카 연합 등 지역·국제 기구를 통해 집단적으로 강대국의 강압에 대응하는 전략. 특히 BRICS의 탈달러화 노력—새로운 결제 시스템 구축, 자국 통화 무역 확대—은 달러 패권의 무기화에 대한 집단적 저항의 시도다.
비대칭적 레버리지 활용: 약소국도 자원, 지리적 위치, 정보 등 특정 영역의 레버리지를 보유하며, 이를 활용하여 강대국의 압박에 대응한다. 에콰도르의 아마존 원유 자원, 파키스탄의 지전략적 위치, 아프리카 국가들의 희귀 광물 자원이 이러한 비대칭적 레버리지의 사례다.
4. 상호의존 무기화의 한계와 의도치 않은 결과
역설적으로, 상호의존의 과도한 무기화는 결국 무기화를 가능하게 하는 상호의존 구조 자체를 약화시킨다. 미국의 금융 제재 남용은 달러 패권에 대한 이탈 인센티브를 강화했으며,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가들의 탈달러화 시도를 가속화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노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지연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특정 기술 영역에서 자체 대안을 개발하도록 자극했다.
이러한 역설은 상호의존의 무기화가 착취 가능한 취약성을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상대방은 적응하고 대안을 개발한다.
5. 구조적 변화의 가능성
단기적 전략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의 근본적인 이익은 상호의존 무기화가 가능한 구조 자체를 변환시키는 데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나 교역 협정을 넘어, 국제 경제 질서의 거버넌스 구조—IMF, 세계은행, WTO—를 더 공평하고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포함한다.
6. 결론
상호의존의 무기화는 자유주의 국제 경제 질서의 위기를 반영한다. 이 위기에 대한 글로벌 사우스의 대응은 단순한 반서구주의나 탈세계화 주장이 아니라, 더 공정하고 평등한 국제 경제 질서를 향한 구조적 변화의 요구이다. 그 실현 가능성은 글로벌 사우스의 집단적 행위 역량과 국제 사회의 다자주의적 규범 복원 의지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 Farrell, H. and Newman, A. (2019) 'Weaponized Interdependence: How Global Economic Networks Shape State Coercion', International Security, 44(1): 42–79.
- Hirschman, A. (1945) National Power and the Structure of Foreign Trade.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 Keohane, R. and Nye, J. (1977) Power and Interdependence. Boston: Little, Brown.
- Roberts, C. et al. (2021) 'The Rise of the BRICS and the Global South', Global Governance, 27(3): 397–418.
- Wigell, M. et al. (eds) (2021) Geo-economics and Power Politics in the 21st Century. London: Routl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