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Vol. 54, No. 2, 2024
초록
본 논문은 조코 위도도(조코위) 2기 행정부 하의 인도네시아 전환을 분석한다. 2020년 옴니버스법 제정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구조조정과 권위주의적 거버넌스 관행의 결합을 통해 형성된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의 재등장을 상징한다. 본 논문은 노동 규제 완화, 환경 규제 철폐, 투자 유치 편의화 등의 정책이 어떻게 노동자·시민사회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입법화되었는지를 분석하며, 이 과정에서 국가-자본 동맹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살핀다.
1. 서론: 민주주의 이후의 신자유주의?
1998년 수하르토 독재의 붕괴 이후,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 공고화의 성공 사례로 자주 인용되었다. 정기적인 선거, 언론 자유의 확대, 시민사회의 성장은 동남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조코위 2기(2019–2024) 하에서 인도네시아의 정치경제는 심각한 역행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11월 제정된 옴니버스법(창직법, Cipta Kerja)은 노동 보호의 대규모 철폐, 환경 규제 완화, 외국인 투자 규제 해제를 내용으로 하는 광범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패키지였다.
본 논문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인도네시아의 현 상황은 단순한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의 확장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절차의 형식적 유지 속에서 권위주의적 통치 관행이 경제 정책 결정과 결합되는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의 재등장을 나타낸다. 이는 Bruff(2014)가 유럽 맥락에서 분석한 현상의 동남아시아적 변형이다.
2. 이론적 틀: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 개념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혁이 민주주의적 참여와 반드시 양립가능하지 않다는 이론적 통찰에서 출발한다. Gill(1998)의 '새로운 헌법주의' 개념이 강조하듯, 신자유주의는 경제 정책 결정을 민주주의적 경쟁으로부터 절연시키는 제도적 장치들을 통해 작동한다. 중앙은행 독립성, WTO 규칙, 양자투자협정 등이 그 전형적 사례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이보다 더 직접적인 형태의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를 보여준다. 국가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저항하는 사회 세력들—노동조합, 시민단체, 지방정부—의 반대를 억압하기 위해 강압적 수단을 직접 동원한다. 이 과정에서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는 유지되지만, 실질적 의미에서의 민주주의적 심의는 공동화된다.
Dardot와 Laval(2013)의 분석을 인도네시아에 적용하면,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경제 정책의 집합이 아니라 새로운 통치성(governmentality)의 논리이다. 이 논리는 국가-시장 관계를 재편하면서 동시에 시민들이 스스로를 경쟁적 기업가로 이해하도록 주체화한다.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는 이 주체화 과정을 민주주의적 심의 대신 강압적 규율을 통해 추진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3. 옴니버스법의 정치경제학
옴니버스법의 제정 과정은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의 작동 방식을 잘 보여준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 법안을 2020년 1월 취임 연설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불과 10개월 만에 의회를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 시민단체, 학계의 광범위한 반대는 무시되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노동 유연화: 최저임금 산정 방식 변경, 해고 보상금 삭감, 시간제·임시직 고용 확대, 외국인 노동자 고용 규제 완화. 둘째, 환경 규제 철폐: 환경영향평가(AMDAL) 요건 약화, 자연보호구역 내 투자 허용 범위 확대, 지방정부의 환경 규제 권한 축소. 셋째, 투자 편의화: 사업허가 절차 간소화, 외국인 투자 제한 업종 축소, 토지 취득 절차 간소화.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가능하게 한 것은 조코위 행정부가 구축한 '대연합' 정치 구조였다. 의회의 주요 정당들은 정부 연합에 참여하면서 반대 입장을 취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야당으로 기능하는 정당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러한 과잉 집중된 권력 구조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반대와 심의—을 효과적으로 마비시켰다.
4. 노동계의 저항과 국가의 대응
옴니버스법 제정에 맞선 노동계의 저항은 인도네시아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파업 중 하나로 기록된다. 2020년 10월 5~8일 사이,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했으며 수십만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대화와 타협이 아닌 억압이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사용했으며, 수백 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되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업무방해와 집회 금지 위반 혐의로 기소 위협을 받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소셜미디어에서 법안 반대 여론을 조직하는 활동가들을 '허위정보 유포'로 처벌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온라인 반대 운동을 억압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1월 법안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며 입법부에 2년 내 수정을 명령했다. 그러나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2022년 12월,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명령을 기술적으로 준수하면서도 법안의 핵심 내용을 유지하는 수정 법안을 제출했다.
5. 환경 거버넌스의 해체
옴니버스법이 노동 관계에 미친 영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환경 거버넌스에 대한 영향이다. 법안은 환경영향평가 의무를 대폭 완화하고, 보호 구역 내 개발을 허용하는 범위를 확대했으며, 지방정부의 환경 규제 권한을 중앙정부로 이전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최대의 열대림 국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서 삼림 파괴와 환경 훼손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팜유, 광업, 인프라 개발 부문의 기업들이 환경 규제 철폐로부터 직접적 이익을 얻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원주민 공동체들은 자신들의 전통 토지에 대한 권리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며 법안에 강력히 반대했다.
6. 결론: 민주주의의 공동화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함의를 가진다. 형식적 민주주의 제도—선거, 의회, 사법부—가 유지되더라도, 이러한 제도들이 실질적으로 자본의 이해를 관철하는 도구로 기능할 때, 민주주의는 내용을 잃고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는 이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조코위 이후의 인도네시아—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하에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옴니버스법이 만들어낸 구조적 환경—약화된 노동권, 공동화된 환경 거버넌스, 집중된 권력 구조—은 향후 경제 정책 결정에 강력한 제약과 방향성을 제공할 것이다.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는 쉽게 역전되지 않는다.
참고문헌
- Bruff, I. (2014) 'The Rise of Authoritarian Neoliberalism', Rethinking Marxism, 26(1): 113–129.
- Caraway, T. and Ford, M. (2020) 'Labor and Politics under Oligarchy', in Aspinall, E. et al. (eds) Democracy in Hard Plac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 Dardot, P. and Laval, C. (2013) The New Way of the World: On Neoliberal Society. London: Verso.
- Fukuoka, Y. (2012) 'Politics, Business and the State in Post-Suharto Indonesia', Contemporary Southeast Asia, 34(1): 80–100.
- Gill, S. (1998) 'New Constitutionalism, Democratisation and Global Political Economy', Pacifica Review, 10(1): 23–38.
- Hamilton-Hart, N. (2021) 'Indonesia under Jokowi: Challenges of Southeast Asia's Largest Economy', Asian Studies Review, 45(1): 1–17.
- Robison, R. and Hadiz, V. (2004) Reorganising Power in Indonesia: The Politics of Oligarchy in an Age of Markets. London: Routl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