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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적 국가주의 대두와 위기 관리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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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Vol. 54, No. 3, 2024

초록

본 논문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취임을 전후한 인도네시아의 정치 변화를 '권위주의적 국가주의'의 부상이라는 개념 틀로 분석한다.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는 형식적 절차는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국가 권력의 집중, 군사주의의 재활성화, 시민사회 억압의 심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2022~2024년 기간에 나타난 위기 관리 실패 사례들을 분석하며, 권위주의적 국가주의가 어떻게 위기에 대응하는 민주적 역량을 약화시키는지를 논한다.

1. 서론: 민주화 이후의 재권위주의화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는 1998년 '개혁(Reformasi)' 이후 두 가지 동시적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선거 민주주의의 공고화—정기적 선거, 지방분권, 언론 자유—가 진행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특히 조코위 2기(2019~2024)를 거치면서, 권위주의적 국가 권력의 재집중과 군사-경찰 조직의 정치적 재등장이 관찰된다. 2024년 취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당선은 이 두 번째 과정이 정점에 달했음을 상징한다.

프라보워는 1998년 인권 침해와 납치 혐의로 군에서 강제 전역된 수하르토 사위 출신이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단순히 선거 결과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정치가 억압적 과거와의 결별에서 그것과의 화해—심지어 포용—로 전환하는 상징적 계기이다. 본 논문은 이 전환이 우연적이지 않으며, 구조적으로 준비된 결과임을 논한다.

2. 권위주의적 국가주의의 개념화

Poulantzas(1978)의 권위주의적 국가주의 개념은 현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의회 민주주의의 형식이 유지되는 동시에 집행부 권력의 강화, 법치의 약화, 시민사회 억압이 진행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 개념은 파시즘이나 군사독재와는 구별되는 '회색지대'의 권위주의를 포착한다.

인도네시아에 이 개념을 적용할 때, 몇 가지 특수성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적 국가주의는 군사주의적 기원을 가진다. 수하르토 신질서(Orde Baru) 체제의 군사적 관료주의 전통이 민주화 이후에도 완전히 청산되지 않고 잠재되어 있다가 재활성화되는 과정이다. 둘째, 자원 민족주의와 결합된다. 니켈, 석탄, 팜유 등 전략적 자원의 국가 통제 강화가 권위주의적 국가주의의 경제적 기반을 형성한다.

Aspinall과 Mietzner(2019)가 분석한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침식' 과정은 단순히 선거 부정이나 쿠데타가 아니라, 민주적 제도를 내부에서 잠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재판관 임명을 통한 사법부 포획, 미디어 소유 구조 변화를 통한 언론 통제, 반부패 기관(KPK) 약화 등이 그 구체적 사례이다.

3. 위기 관리 실패의 사례 분석

권위주의적 국가주의의 핵심적 역설은, 국가 권력의 집중이 위기 대응 역량을 오히려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세 가지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카리나 스타디움 압사 사고(2022년 10월): 125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참사는 권위주의적 국가주의와 위기 관리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경찰의 최루가스 사용 결정, 관중 통제 실패, 이후 책임 회피 과정은 모두 분권화된 책임 구조의 부재를 반영한다. 중앙집권적 명령 구조가 현장의 판단을 대체했고, 결과는 재앙적이었다.

시추아르 분쟁과 원주민 보호 실패(2022~2023년): 광업 개발을 둘러싼 갈등에서 국가는 원주민 공동체의 권리 보호 대신 자본 편에서 강제력을 행사했다. 환경부 관료들의 경고는 무시되었고, 지방정부의 규제 역할은 중앙정부의 개발 우선주의에 의해 공동화되었다.

코로나19 대응의 지속적 취약성: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대응은 공식 발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으로 특징지어진다. 국가 권위주의적 통제 강화는 투명성보다 통제력을 우선시했고, 이는 백신 접종 프로그램의 지역별 불균등 이행과 사망률 통계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졌다.

4. 군사주의의 귀환과 시민사회 억압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적 국가주의는 군사-경찰 복합체의 정치적 재등장을 동반한다. 조코위 2기에서 현역 및 예비역 군인들이 민간 관료 직위를 차지하는 비율이 급증했다. 국가정보원(BIN), 국군(TNI), 경찰(Polri)의 영역 확장이 민간 행정 영역을 잠식했다.

이와 함께 '허위정보 방지'를 명분으로 한 시민사회와 언론에 대한 법적 억압이 강화되었다. 정보전자거래법(UU ITE)은 온라인 비판을 형사 처벌하는 도구로 활용되었으며, 활동가, 언론인, 학자들이 이 법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증가했다.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이 정부 비판을 억압하는 데 선택적으로 적용된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5. 프라보워 시대의 전망

2024년 대선에서 프라보워가 60%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된 것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권위주의적 국가주의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혹은 최소한 관용—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경제적 불안정, 정치적 냉소주의, '강한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러나 동시에, 인도네시아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세력의 저항 역량도 완전히 무력화되지 않았다. 학생 운동, 독립 언론, 인권 조직들은 억압적 환경에서도 계속 활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는 권위주의적 국가주의 세력과 이에 저항하는 사회적 힘들 사이의 긴장 관계에 달려 있다.

6. 결론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적 국가주의 부상은 동남아시아 전반에서 관찰되는 민주주의 침식 패턴의 일부이지만, 인도네시아 특유의 맥락—군사주의적 유산, 자원 민족주의, 다종족 연방주의—을 반영한다. 위기 관리 실패의 반복은 권위주의적 집중이 효율적 통치를 담보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의 미래가 형식적 민주주의의 지속인지 실질적 민주주의의 회복인지는 이후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참고문헌

  • Aspinall, E. and Mietzner, M. (2019) 'Indonesia's Democratic Paradox: Competitive Elections Amidst Rising Illiberalism', Bulletin of Indonesian Economic Studies, 55(3): 295–317.
  • Mietzner, M. (2021) 'The Failure of Democracy in Indonesia', Journal of Democracy, 32(2): 104–118.
  • Poulantzas, N. (1978) State, Power, Socialism. London: New Left Books.
  • Power, T. (2018) 'Jokowi's Authoritarian Turn and Indonesia's Democratic Decline', Bulletin of Indonesian Economic Studies, 54(3): 307–338.
  • Warburton, E. (2016) 'Jokowi and the New Developmentalism', Bulletin of Indonesian Economic Studies, 52(3): 29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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