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6-06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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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후정책은 단순한 환경 의제를 넘어, 21세기 아시아 정치경제 질서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를 향한 중국의 거버넌스 실험은 개발도상국의 녹색 전환 모델로서 국제 개발협력 담론에 깊숙이 침투해 있으며, 동시에 서방 주도의 다자적 기후체제와의 긴장 관계를 드러낸다. 2021년 국가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의 출범,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도달 및 2060년 탄소중립이라는 이중 목표 설정은 중국이 기후 행위자로서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논문이 탐구하는 전환(transition)·거버넌스(governance)·시장(market)의 삼축 구도는, 중국식 발전국가 모델이 녹색경제의 맥락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포착하는 분석 틀로서 탁월한 적실성을 갖는다. 특히 2026년 출범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이 기후 의제를 어떤 방식으로 내재화할 것인지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시점에서, 이 연구의 기여는 더욱 시의적이다.
본 논문의 핵심 주장은 중국의 기후정책이 단일한 명령-통제 모델로도, 단순한 시장자유화 서사로도 환원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중앙정부가 야심 찬 거시 목표를 설정하는 한편, 실질적 이행의 복잡성은 하위 행정 단위, 국유기업, 그리고 점증하는 시장 메커니즘에 위임되는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목표책임제(target-responsibility system), 시범구역에서의 정책 실험, 그리고 선별적 시장 수단의 활용이라는 중국 거버넌스의 일반적 패턴을 기후 영역에서도 재현한다. 논문은 이를 통해 중국이 '녹색 권위주의(green authoritarianism)'라는 외재적 범주를 넘어, 중앙-지방-민간의 복합적 관계를 통해 작동하는 '녹색 국가 조종(green state-steering)'의 독자적 형태를 발전시키고 있음을 논증한다. 국가 ETS가 지방 파일럿 프로그램의 실험 결과를 흡수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된 경로는, 이러한 거버넌스 논리가 기후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사례로 제시된다.
이러한 분석은 개발협력(ODA) 및 시민사회 연구의 광범위한 흐름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전통적인 ODA 담론은 기후 거버넌스를 '좋은 거버넌스(good governance)' 조건과 연동된 서방 규범의 전파 문제로 다루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사례는 탄소 감축이 반드시 민주적 제도나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이 규범적 전제에 도전장을 내민다. 동시에, 중국이 일대일로(BRI)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에너지 인프라 및 녹색금융 모델은, 수원국 시민사회의 참여 구조와 환경 거버넌스 역량 형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 의제가 녹색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산업정책 논리와 점점 더 융합되는 추세는, 기후 ODA의 조건성 논쟁 및 남남협력 담론 안에서도 새로운 긴장을 생산하고 있다. 파리협정 이후의 다자적 기후체제가 중국의 자발적 기여(NDC) 이행 수준에 크게 의존하게 된 현실은, 이 거버넌스 구조의 효과성 평가가 곧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전망과 직결됨을 의미한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본 논문은 중국 기후정책의 내부 긴장을 인식하는 것이 외부 행위자들에게도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중앙의 목표 설정과 지방의 이행 역량 사이의 격차, 국유기업의 이해관계와 탄소감축 목표 사이의 마찰, 그리고 시장 메커니즘의 확장과 국가 통제의 유지라는 구조적 모순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제한하는 변수들이다. 특히 ETS의 실효성은 배출권 가격 형성의 정치적 관리, 데이터 검증 체계의 신뢰성, 그리고 비준수에 대한 집행력이라는 세 조건에 달려 있으며, 이 중 어느 하나도 순수하게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국제 기후금융 설계자들과 양자 파트너국들은 중국의 거버넌스 실험을 단순한 '모범 사례'로 수용하거나 단순한 '체제 위협'으로 배척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그 내부의 구조적 동학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실무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이 논문이 요청하는 미래 지향적 과제는 뚜렷하다. 첫째, 기후 거버넌스 비교 연구는 중국 사례를 '일탈'이 아닌 '유형'으로 다루는 분석 틀의 개발이 필요하다. '녹색 경제계획(green economic planning)'으로서의 중국 모델이 글로벌 사우스의 다른 발전국가 맥락에서 어떻게 변용되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는 특히 시급하다. 둘째, ODA 실무 차원에서 기후 재원의 조건성 설계는 수원국의 거버넌스 유형에 대한 더 정교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중국식 모델과 경쟁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시민사회 연구자들은 국가 주도 녹색 전환이 배제하거나 포섭하는 사회적 주체들—농촌 공동체, 탄소집약 산업 노동자, 환경 NGO—에 대한 미시적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의 기후정책은 아직 완성된 모델이 아니라 진행 중인 실험이며, 그 귀결은 중국 한 나라의 미래를 넘어 21세기 기후 거버넌스 질서 전체의 윤곽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