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6-14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중국의 기후정책은 단순한 환경 의제를 넘어 국가 거버넌스 체계와 시장경제 전환의 복합적 교차점에 놓인 전략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선언한 '쌍탄(双碳)' 목표, 즉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달성과 2060년 탄소중립 실현은 중국 정치경제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구조적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China's Climate Policy: Transition, Governance, and Market"은 이러한 전환 과정을 거버넌스 이론과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하며, 중국 기후정책의 내재적 긴장과 제도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 논문은 기후변화 대응이 기술적·환경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권력 배분, 제도 설계, 시장 형성이라는 근본적인 정치경제 문제와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체계적으로 논증한다.
논문의 핵심 주장은 중국의 기후 전환이 단선적인 국가 주도 모델로 이해될 수 없으며, 중앙-지방 정부 간의 이해 충돌, 산업계와 국가의 협상 구조, 그리고 시장 메커니즘의 제도적 내재화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거버넌스 과정이라는 점이다. 2021년 공식 출범한 전국 탄소배출권거래제(ETS)는 이러한 복잡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최대 규모로 설계된 중국 ETS는 발전 부문을 시작으로 점진적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배출권 가격의 변동성, 기업들의 데이터 보고 신뢰성 문제, 지방 정부의 이행 역량 격차 등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논문은 이러한 결함이 단순한 기술적 미비가 아니라 중국 정치 체계의 인센티브 구조와 거버넌스 문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며, 이를 교정하기 위한 제도적 혁신의 방향을 제시한다.
중국 기후정책의 전환 과정은 ODA와 글로벌 개발협력의 맥락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중국은 자국 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동시에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그린 파이낸싱 확대를 통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일대일로(BRI) 프레임워크 내에서의 '녹색 실크로드' 전략은 이러한 대외적 전환의 핵심 벡터다. 그러나 이는 시민사회 진영에서 우려하는 이중 기준 문제, 즉 중국이 국내에서는 강화된 환경 규제를 추진하면서 해외 투자에서는 여전히 탄소 집약적 프로젝트를 지속한다는 비판과도 맞닿아 있다. 따라서 중국의 기후 전환은 자국 내 거버넌스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개발 규범과 환경 표준의 재편이라는 광범위한 지정학적 함의를 내포한다.
정책적 함의 측면에서 이 연구는 권위주의 체제 하의 기후 거버넌스가 갖는 이론적·실천적 도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기후정책이 선거 정치, 시민사회 압력, 사법적 견제 등 다원적 기제를 통해 형성되는 것과 달리, 중국의 경우 당-국가 체계의 의지가 정책 추진력을 규정하는 핵심 변수다. 이는 강력한 하향식 동원 능력이라는 장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방 실행 기관의 형식적 순응(ceremonial compliance) 위험성과 정책 피드백 메커니즘의 취약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수반한다. 논문은 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환경 정보 공개 제도의 강화, 제3자 검증 체계 구축, 그리고 시장 행위자들의 실질적 참여를 유도하는 규제 설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는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중국 기후 거버넌스를 단순히 권위주의 국가의 탑다운 모델로 단순화하거나, 반대로 시장 기제의 자율적 확산으로 이상화하는 두 가지 오류를 동시에 경계하도록 요청한다. 실제 중국의 기후 전환은 국가 역량, 시장 제도, 사회적 행위자들 간의 지속적인 협상과 갈등 속에서 진화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의 결과는 중국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기후 레짐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개발협력 연구자와 ODA 실무자들에게 이 논문은 기후-개발 넥서스(climate-development nexus)를 분석할 때 거버넌스 구조와 정치경제적 맥락을 중심에 놓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학술적 준거를 제공한다. 또한 한국의 ODA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아시아 파트너 국가들과의 기후협력 설계에 있어 제도적 맥락에 민감한 접근법이 요구됨을 시사하는 시의성 높은 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