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6-17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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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21세기 국제정치경제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가운데,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기후 정책은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논의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유엔 총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선언한 '쌍탄목표(雙碳目標)', 즉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달성과 2060년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국가 전략을 공식화하였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연구는 이러한 중국의 기후 전환 과정을 전환(transition), 거버넌스(governance), 시장(market)의 세 축으로 분석함으로써,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국가 체제와 시장 구조의 근본적 재편을 수반하는 복합적 정치경제 현상으로서의 중국 기후 정책을 조명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정치경제 연구에 있어 중국의 국가-시장 관계를 기후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도 높은 의의를 지닌다.
본 연구의 핵심 분석틀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단선적인 '녹색 전환'이 아닌, 권위주의적 국가 주도 거버넌스와 시장 메커니즘 간의 지속적 긴장과 타협의 산물임을 논증하는 데 있다. 중국은 2021년 전국 단위 탄소배출권 거래제(全國碳排放權交易市場, 이하 전국 ETS)를 공식 출범시켰으나, 이 시장은 서구의 자유주의적 탄소 시장과는 질적으로 상이한 '국가 설계 시장(state-designed market)'으로서의 특성을 강하게 갖는다. 탄소 가격 결정, 배출 할당량 설정, 준수 메커니즘 등 시장의 핵심 기능 전반에 걸쳐 국가의 개입이 구조화되어 있으며, 이는 중국 특유의 '시장사회주의(market socialism)' 체제 논리와 긴밀히 연결된다. 연구는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정책 집행 격차, 석탄 의존 산업 지역과 신재생에너지 선도 지역 간의 비대칭적 전환 역량 등 거버넌스 구조 내부의 분절성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의 기후 정책이 일사불란한 중앙집권적 통제의 산물이 아닌, 다층적 행위자들 사이의 협상과 갈등을 내재한 복잡한 거버넌스 구조 속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의 발견은 ODA 및 개발협력, 글로벌 시민사회의 기후 행동, 그리고 아시아 지역 정치경제의 광범위한 흐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첫째, 중국의 기후 전환은 글로벌 개발 금융 질서의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에 에너지 인프라를 수출해왔으나, 기후 압력이 고조되면서 석탄 발전소 건설 지원을 공식 중단(2021년)하고 녹색 일대일로로의 전환을 선언하였다. 이는 수원국의 에너지 전환 경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기존 서구 중심의 기후금융 체계와 경쟁하는 대안적 개발협력 모델의 부상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중국의 탄소 시장 설계 방식은 동남아시아·남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의 기후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참조 모델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강력한 국가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혼합형 기후 거버넌스'는 민주적 제도 역량이 취약한 국가들에 현실적 대안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정책적 함의의 관점에서, 이 연구는 기후 전환을 단순히 기술적·경제적 과제로 환원하는 시각의 한계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중국의 사례는 기후 정책의 성패가 탄소 가격의 수준이나 재생에너지 보급률과 같은 기술경제적 지표보다는, 국가 거버넌스 역량, 이해관계자 간 권력 배분, 그리고 글로벌 규범과 국내 정치경제 논리 사이의 접합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입증한다. 이는 국제사회의 기후 협력 전략 수립에 있어 거버넌스 맥락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준다. 또한 연구는 중국의 '녹색 국가주의(green statism)'가 기후 행동의 속도를 가속화하는 동력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시민사회의 자율적 기후 참여를 제약하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기후 거버넌스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에 관한 비교 연구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미래 지향적 시사점으로서, 본 연구는 실무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중국 기후 정책에 대한 단순화된 이분법적 시각을 경계할 것을 촉구한다. 국제개발협력 실무자들은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 기후금융 이니셔티브의 특수성을 서구 기준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해당 수원국의 정치경제적 맥락과 중국 모델의 실질적 영향 사이의 역동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에게는 전환 연구(transition studies)와 아시아 정치경제 연구의 방법론적 융합이 요청된다. 특히 비교 기후 거버넌스 연구에서 중국을 '예외적 사례'가 아닌 권위주의적 국가 주도 발전 경로의 한 유형으로 이론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IOCSS와 같이 개발협력과 시민사회 연구를 중점으로 하는 학술 기관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기후 전환이 글로벌 ODA 규범, 시민사회 공간, 그리고 아시아 지역 내 녹색 개발 담론에 미치는 복합적 파급 효과를 추적하는 장기 연구 의제를 구축하는 것이 학문적·정책적으로 긴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