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6-20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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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후 정책은 오늘날 국제 개발 협력과 글로벌 정치경제의 가장 복합적인 교차점 중 하나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동시에 재생에너지 분야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이중적 위상은, 기후변화 대응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주도 경제 전환, 글로벌 거버넌스 재편, 그리고 시장 메커니즘의 정치화라는 복합적 과정과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달성과 2060년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공식화한 이후, 중국의 기후 정책은 국내 에너지·산업 구조 전환의 로드맵이자 대외 전략적 자원으로 동시에 기능하고 있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연구는 바로 그러한 전환(transition), 거버넌스(governance), 시장(market)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중국 기후 정책의 구조적 동학을 분석함으로써, 아시아 정치경제 연구에 중요한 학술적 기여를 제공하고 있다.
본 논문의 핵심적 분석 틀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단선적인 국가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중앙-지방 정부 간의 거버넌스 긴장, 국유기업과 민간 자본 간의 이해 충돌, 그리고 국제 기후 레짐의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정치경제적 산물임을 규명하는 데 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의 도입과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도적 공백과 시장 왜곡은, 기후 거버넌스가 단순히 행정 명령에 의해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 행위자들 간의 협상과 갈등을 통해 형성됨을 예시한다. 나아가 논문은 '녹색 전환'이 중국 내부에서 어떻게 정치적으로 동원되고 이데올로기적으로 프레이밍되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생태문명(生態文明) 담론이 당-국가 체제의 정당성 강화와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이는 기후 정책을 기술적·행정적 문제로만 접근해 온 주류 정책 분석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치경제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중국의 기후 전환 정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ODA 흐름과 시민사회 동학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지닌다. 중국이 '녹색 일대일로(Green BRI)'를 표방하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금융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후 기준의 적용 방식과 현지 사회·환경 영향은 수원국의 시민사회 및 ODA 수행 기관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중국 자본이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중국식 기후 거버넌스 모델이 서구 규범 기반의 ODA 패러다임과 충돌하거나 경합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민사회 조직들은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와 지역 사회 보호라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국제 개발 협력의 규범적 경계를 재협상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글로벌-지역 연계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국의 국내 기후 정치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함을 시사한다.
정책적 관점에서 이 논문은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중국의 탄소 시장 메커니즘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가격 신호의 신뢰성 확보와 기업 데이터 보고의 투명성 강화가 선결 과제임을 확인한다. 이는 국제 탄소 시장의 연계(linkage) 논의에서 중국 ETS의 제도적 성숙도가 핵심 변수임을 의미하며, 한국·EU 등 기존 탄소 시장 운영 국가들과의 제도적 대화를 촉진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둘째, 지방 정부의 정책 이행 역량과 인센티브 구조가 중앙 목표 달성의 병목 지점임을 드러냄으로써, 기후 거버넌스의 수직적 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셋째, '전환 정의(transition justice)' 관점에서 탄소 집약적 산업 지역의 노동자 및 지역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기후 정책의 정치적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소임을 논증한다.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이 연구는 중국 기후 정치의 블랙박스를 여는 귀중한 분석적 렌즈를 제공한다. 학술적으로는 비교 정치경제학과 환경 거버넌스 연구를 결합한 이론적 시각이 중국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으며, 특히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의 시장 제도 형성이라는 보다 넓은 이론적 논쟁에 기여한다. 실무적으로는 한국 ODA 기관 및 국제 개발 협력 실무자들이 중국이 개입하는 제3국 개발 환경에서 기후·환경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협상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 향후 연구 과제로는 중국 탄소 시장의 국제 연계 가능성, 지방 정부 차원의 기후 이행 격차 분석, 그리고 개발도상국 파트너십에서 중국 기후 규범의 확산 경로 추적이 제안될 수 있다.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이 이러한 문제를 한국의 ODA 정책 및 시민사회 역량 강화와 연결하는 통합적 연구 의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