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02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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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후 정책은 21세기 국제 정치경제의 가장 복잡한 방정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동시에 재생에너지 분야의 최대 투자국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보유한 중국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저탄소 전환을 추진하는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환경 정책의 영역을 넘어선다. 이는 권위주의적 발전국가 모델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와 어떻게 접합될 수 있는지, 시장 메커니즘이 강력한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 틀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거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특히 2030년 탄소 피크(碳達峰)와 2060년 탄소 중립(碳中和)이라는 이른바 '쌍탄(雙碳)' 목표를 선언한 이후, 중국의 기후 전환 정책은 국내 거버넌스 구조의 재편과 국제 개발 금융의 흐름, 그리고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후 레짐의 재형성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심대한 함의를 지니게 되었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논문은 바로 이 복합적인 역학 관계를 거버넌스 구조, 시장 설계, 그리고 전환 정치라는 분석 렌즈를 통해 해부함으로써, 기존의 자유주의적 환경 거버넌스 이론이 놓치고 있는 중국적 맥락의 특수성과 그것이 갖는 보편적 함의를 동시에 조명하고 있다.
이 논문의 핵심 분석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단순히 환경 보호라는 규범적 목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구조 전환, 에너지 안보, 그리고 국내 정치적 정당성 확보라는 복합적 동인에 의해 추동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중국 정부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를 전국 단위로 확대 시행하면서 시장 기반 접근법을 제도화하려 시도하지만, 이 시장은 서구 자유주의 시장 이론이 상정하는 '자율적 가격 발견 메커니즘'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탄소 배출 허용량의 설정, 배분 방식, 검증 기준 등 핵심 변수들이 국가 계획 기구에 의해 중앙집권적으로 통제되며, 지방 정부들은 경제 성장 목표와 탄소 감축 목표 사이에서 만성적인 이중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 논문은 이 구조적 긴장이 단순한 이행 실패가 아니라, 전환기 중국 거버넌스의 본질적 특성—즉, 중앙의 정책 의도와 지방의 집행 재량이 교차하는 분절적 권위주의(fragmented authoritarianism)—을 반영하는 것임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이는 기후 정책의 효과성이 단지 정책 설계의 합리성이 아니라, 국가 내부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제도적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준다.
중국의 기후 전환 정책은 동아시아 및 글로벌 차원의 ODA(공적개발원조)와 시민사회 동학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중국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프레임 속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이 개발 협력의 핵심 도구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중국이 해외 석탄 발전 투자를 공식 중단하고 녹색 일대일로(Green BRI)를 표방하기 시작하면서, 국제 개발 금융의 지형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서구 주도의 다자개발은행들이 기후 조건부성(climate conditionality)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물리면서, 개발도상국들은 다양한 공여국과 국제기구 사이에서 기후 레짐의 복합적 요구를 조율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또한 국내적으로 중국의 환경 시민사회는 여전히 국가 감시와 통제 하에 놓여 있어 독립적인 기후 거버넌스 행위자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이지만, 기업 ESG 공시 의무화, 환경 NGO의 법적 소송 권한 부여, 소비자 친환경 운동의 부상 등 미시적 수준에서의 시민사회 역할 확대 조짐도 관찰된다. 이처럼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는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삼각 관계가 서구 자유민주주의적 맥락과는 다른 구성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비교 정치경제 연구에서 대안적 거버넌스 모델로서의 이론적 가치를 지닌다.
정책적 함의의 차원에서 이 연구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탄소 시장의 설계와 작동에 있어 '시장 메커니즘'은 중립적이거나 탈정치적인 도구가 아니며, 그것이 배태되는 국가-사회 관계와 정치경제적 구조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는 개발협력 맥락에서 개발도상국에 탄소 시장 모델을 이식할 때 제도적 역량과 거버넌스 조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둘째, 중국식 기후 전환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지 여부는 전 지구적 기후 목표 달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국의 탄소 거버넌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건설적 관여 전략이 절실하다. 파리협정 체제 내에서 중국을 규범적 행위자로 포함시키는 동시에, 중국의 거버넌스 역량 구축과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다층적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중견국들은 중국의 ETS 운영 경험과 재생에너지 산업 정책으로부터 구체적인 정책 학습의 기회를 모색해야 하며, 동시에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 등 새로운 통상-기후 연계 이슈에 있어 중국과의 전략적 조율을 병행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이 연구는 실무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중요한 인식론적 전환을 요청한다. 기후 정책 연구에서 서구 선진국의 경험을 보편적 준거로 삼는 방법론적 서구중심주의(methodological occidentalism)를 극복하고, 중국을 포함한 비서구 맥락의 고유한 거버넌스 논리를 이해하는 비교 연구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특히 ODA 기획자와 국제기후기금 운영자들이 파트너국의 정치경제적 제약 조건과 제도적 역량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 또한 기후 전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취약 집단—석탄 산업 의존 지역 주민, 에너지 빈곤층, 비정규 환경 노동자—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관점이 중국 내부는 물론 일대일로 수원국 차원에서도 통합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 실험은, 국가 역할의 적극적 개입과 시장 메커니즘의 결합이 기후 위기라는 글로벌 공공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떠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내포하는지를 세계가 실시간으로 목도하는 거대한 자연 실험이다. 이 과정에 대한 엄밀하고 비판적인 학술적 분석은,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이 국제 개발 협력과 지구 거버넌스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불가결한 지적 토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