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03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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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이 더 이상 환경 의제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정치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동시에 가장 야심 찬 녹색 산업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인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 모델은 전 지구적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후 리더십 후퇴와 다자 기후 레짐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국내 정치경제적 요인들과 국제 기후 규범을 절충해 왔는지에 대한 학술적 분석은 개발도상국의 정책 모델 선택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Alex Y. Lo와 Chen Xiang의 연구 "China's Climate Policy: Transition, Governance, and Market"은 바로 이 복잡한 교차점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이 연구는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삼각 관계 속에서 중국 기후 정책의 전환 경로를 추적하며, 단순한 권위주의적 국가 주도 모델이라는 기존의 단선적 해석을 넘어설 것을 촉구한다.
Lo와 Chen의 연구가 제시하는 핵심 주장은 중국 기후 거버넌스가 지난 20여 년에 걸쳐 '이중 전환(dual transition)'의 궤적을 밟아왔다는 것이다. 첫 번째 전환은 2000년대 중반 교토의정서 체제 참여와 코펜하겐 협상을 거치며 촉발된 제도적·조직적 학습의 단계로, 이 시기 중국은 기후 책임을 관장하는 새로운 기관과 행위자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전환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는데, 저자들은 이를 '고도로 제약된 협력적 선회(highly constrained collaborative turn)'로 명명한다. 이 단계에서는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 간의 협력 범위가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참여 주체는 극히 제한적이며 국가가 전략적 목적 아래 시장 메커니즘과 민간 자본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 녹색 금융 혁신, 재생에너지 보조금 체계 등 시장 기반 정책 수단들이 활성화되었지만, 이는 시장 자율성의 확대라기보다 국가가 선택적으로 시장 원리를 전유(appropriation)하는 전략적 거버넌스 테크닉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논지다. 특히 지방정부 수준에서 기후 책임 이행의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중앙집권화와 분권화의 동시적 압력이 거버넌스 구조의 일관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저자들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구의 분석 틀은 ODA 및 개발협력 분야의 광범위한 담론, 특히 '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에서 중국식 발전 모델의 확산 가능성이라는 논점과 직접 연결된다. 중국은 파리협정 이후 스스로를 개발도상국의 기후 협력 파트너로 정의하며, 자국의 녹색 전환 경험을 일종의 대안적 발전 경로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Lo와 Chen이 밝히는 것처럼,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는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 전략적 시장 조절, 시민사회의 제한적 참여라는 특수한 정치경제적 조건 위에 구축된 것이다. 이는 민주적 참여와 투명성을 전제로 하는 서구식 ODA 거버넌스 기준과 본질적으로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특히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이 기후 정책과 산업 경쟁력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됨에 따라, 중국의 기후 협력은 국제개발 영역에서의 지정학적 영향력 확장과 점점 더 긴밀히 연동되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시민사회 단체들의 역할이 제도적으로 협소하게 규정된 채 운영되는 중국 모델이 글로벌 기후 ODA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수원국의 사회적 감시 역량과 민주적 책임성에 미칠 영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연구는 특히 두 가지 방향의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과 '탄소 피크(Carbon Peak)'를 향한 중국의 이중 탄소 목표(雙碳目標)는 단순한 환경 공약이 아니라 경제 구조 재편과 지정학적 포지셔닝을 동시에 겨냥하는 복합 전략임이 드러난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지속가능한 제조업이 성장 동력으로 재정의되는 과정에서 기후 정책은 산업 정책의 성격을 강화하고, 이는 국제 무역 체제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둘째, 거버넌스 분석의 차원에서 이 연구는 기후 정책의 효과성을 단순히 배출량 감축 지표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불충분함을 보여준다. 정책 수단의 설계, 행위자 간 권력 배분, 비국가 행위자의 참여 공간 등 거버넌스의 질적 측면이 장기적 지속가능성과 국제적 수용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임을 이 연구는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미래 지향적 시사점으로서, 이 연구는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몇 가지 중요한 방향을 제시한다. 연구자들에게는 중국 기후 거버넌스를 '권위주의적 환경주의(authoritarian environmentalism)'라는 이분법적 틀로 환원하지 않고,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역동적 상호작용 속에서 분석하는 보다 정교한 이론적 프레임이 요구된다. 특히 Lo와 Chen이 제시하는 '전략적 거버넌스 전환'이라는 개념은 다른 권위주의적 발전 국가들의 환경 정책 비교 연구에도 유용한 분석 도구가 될 수 있다. 개발협력 실무자들에게는, 중국의 기후 ODA 및 녹색 금융 이니셔티브가 수원국의 거버넌스 역량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시민사회 참여의 실질적 공간을 보장하는 협력 조건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는 기후 위기 대응이 국제 정치경제의 구조적 재편과 분리될 수 없음을 상기시키며, 중국의 사례를 통해 전환기 거버넌스의 보편적 과제들을 성찰하게 하는 학술적 기여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