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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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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19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 Jr.)의 고전적 저작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Social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 1966)은 출판된 지 반세기가 넘었음에도 비교정치학과 역사사회학의 준거점으로 남아 있다. 무어는 근대 세계로의 이행 경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지주 계급, 부르주아지, 농민 사이의 계급 연합 구조와 국가-사회 관계를 제시하며, 민주주의, 파시즘, 공산주의라는 세 개의 정치체제 유형이 어떻게 분기하는지를 분석하였다. 오늘날 인도네시아라는 사례를 통해 무어의 분석 틀을 재검토하는 이 연구는 단순한 역사적 재해석을 넘어, 글로벌 민주주의 퇴행(democratic backsliding) 현상이 심화되는 현재의 국제 정치경제 맥락에서 매우 시의성 높은 이론적·실증적 기여를 제공한다. 동남아시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자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가 권위주의적 통치와 민주주의 제도화 사이를 어떻게 오가왔는지를 계급구조와 정치경제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은, 개발협력 전략과 시민사회 지원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풍부하게 하는 데도 직접적인 함의를 지닌다.

이 연구의 핵심적 기여는 무어적 분석 틀이 인도네시아의 정치 발전 궤적에 어느 정도까지 적용 가능한지,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수정 또는 확장이 필요한지를 체계적으로 검토한다는 데 있다. 무어의 명제 가운데 가장 유명한 "부르주아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No bourgeois, no democracy)"는 주장은, 식민지 유산으로 인해 독립적 상업 부르주아지가 취약하게 형성된 인도네시아의 경우 특수한 방식으로 굴절된다. 네덜란드 식민 통치하에서 발전한 플랜테이션 농업과 화교 자본의 역할, 독립 이후 수카르노(Sukarno) 시기의 교도민주주의(Guided Democracy), 그리고 1965년 쿠데타와 대량 학살을 거쳐 등장한 수하르토(Suharto)의 신질서(New Order) 체제는 무어가 분석한 유럽 및 아시아 사례들과는 상당히 상이한 계급-국가 역학을 보여준다. 군부와 국가 자본이 결합한 발전주의 권위주의(developmental authoritarianism)는 동아시아 발전국가 모델과 일부 공명하면서도, 자원 렌트에 기반한 과두적 연합이라는 인도네시아 특유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다. 이 연구는 이러한 역사적 궤적이 1998년 레포르마시(Reformasi) 이후의 민주화 과정과 이후 재현되는 민주주의 퇴행 양상을 어떻게 제약하고 형성하는지를 구조적 시각에서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인도네시아 사례는 ODA 및 시민사회 지원 정책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비교지역 맥락 속에 놓일 때 한층 풍부한 함의를 드러낸다. 레포르마시 이후 국제 공여국들은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공고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방분권화, 시민사회 역량 강화, 선거 관리 개선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정부를 거쳐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정권 하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 품질 저하 현상—사법부 독립성 침식, 반부패기구 약화, 군부의 정치 복귀 징후—은 제도적 처방 중심의 개발 지원이 계급구조와 과두적 이해관계의 재생산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함을 시사한다. 무어적 시각에서 볼 때,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은 선거 절차나 헌법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거나 약화시키는 계급 연합의 성격과 국가-사회 관계의 구조에 의해 근본적으로 규정된다. 이는 동남아시아 지역 전반에 걸쳐 유사한 도전에 직면한 필리핀, 태국, 미얀마 등의 사례와도 비교할 수 있는 분석적 언어를 제공한다.

정책적 차원에서 이 연구는 민주주의 지원 및 거버넌스 개선을 목표로 하는 ODA 프로그램의 설계와 평가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공여국과 국제기구는 제도 개혁의 기술적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나, 정치변동의 구조적 결정인으로서 토지 소유, 자원 분배, 계급 연합의 변화를 분석틀에 포함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둘째, 시민사회 지원 정책은 특정 시민사회 조직의 역량 강화에 머물지 않고, 민주적 변화를 추동하거나 저지하는 사회 세력 간의 역학 관계를 파악하는 정치경제 분석에 기반해야 할 것이다. 셋째, 무어의 비교역사사회학적 방법론은 단일 사례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는 중범위 이론(middle-range theory)으로서, 개발 효과성 평가 및 맥락 분석(context analysis)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OECD DAC의 거버넌스 평가 프레임워크나 유럽연합의 민주주의 지원 전략이 구조적 계급 분석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적 인식을 이 연구는 뒷받침하고 있다.

실무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이 연구가 제시하는 미래 지향적 시사점은 명확하다. 글로벌 민주주의 퇴행의 시대에 민주화 이론은 단선적 근대화 패러다임의 잔재에서 벗어나, 권위주의 회귀와 민주주의 공고화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보다 복합적인 인과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 무어의 유산은 바로 이 지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인도네시아가 자원 기반 과두제, 군부 영향력, 수직적 후원-피후원 네트워크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유지하거나 변형시켜 나갈지는, 단지 인도네시아학(Indonesian studies)의 문제가 아니라 개발협력의 조건과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정치경제 분석을 ODA 정책 설계, 시민사회 파트너십 전략, 그리고 민주적 거버넌스 지원의 실증적 토대로 통합하는 학제간 연구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 또한 민주화 경험을 지닌 공여국으로서, 무어적 시각이 조명하는 계급-국가-시민사회의 동학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파트너 국가들과의 개발협력 전략에 더욱 정교하게 반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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