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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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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20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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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비교정치학의 고전 이론과 동남아시아 지역 연구의 교차점에서 인도네시아를 분석한 이 연구는, 오늘날 권위주의의 귀환과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전 지구적 관심사로 부상한 시점에 각별한 학문적 의의를 지닌다. 2026년 현재 세계 각지에서 민주주의 후퇴와 선거 권위주의의 확산이 관찰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무슬림 다수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정체 변동 경로를 역사적·구조적으로 재검토하는 작업은 단순한 사례 연구를 넘어선다. 이 논문은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 Jr.)의 고전적 비교역사사회학 프레임워크—1966년 저서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에서 제시된 계급 연합과 정치체제 형성의 인과 경로—를 인도네시아라는 구체적 역사 공간에 적용함으로써, 무어의 이론이 서구 및 동아시아 사례를 넘어 동남아시아 탈식민 국가에도 설명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배링턴 무어의 이론적 핵심은 계급 구조와 계급 연합의 역사적 배치가 근대 국가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는 명제다. 그는 '부르주아지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는 테제를 통해, 자율적이고 강력한 상업·산업 부르주아지의 존재가 민주적 이행의 선결 조건임을 강조했다. 반면 지주 귀족과 국가 관료의 연합이 지배적일 때에는 파시즘적 권위주의로, 농민 반란이 혁명적 에너지를 제공할 때에는 공산주의적 경로로 귀결된다고 보았다. 인도네시아에 이 틀을 적용할 때 연구자들이 직면하는 핵심 도전은 식민지 유산이 계급 형성을 어떻게 왜곡했는가의 문제다. 네덜란드 식민 지배하에서 인도네시아의 토착 부르주아지는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고, 대신 화교 기업인 계층과 군부 엘리트, 국가 관료가 경제·정치 권력을 삼분하는 독특한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 논문은 수카르노의 '교도 민주주의'에서 수하르토의 신질서(New Order) 권위주의 체제로의 이행이, 무어가 제시한 위로부터의 혁명 경로—즉 취약한 부르주아지와 강력한 군·관료 연합이 빚어낸 권위주의적 근대화—와 구조적으로 상동함을 논증한다.

이 연구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1998년 개혁(Reformasi) 이후 인도네시아의 민주화 경로를 무어의 이론이 어떻게 설명하고 또 어느 지점에서 설명력의 한계를 드러내는가를 섬세하게 탐구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민주화는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라는 외생적 충격과 학생 운동, 도시 중간계층의 결집, 이슬람 시민사회 조직(나흐달라툴 울라마·무함마디야)의 정치적 동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무어의 고전적 프레임에서 민주화의 주체로 설정된 산업 부르주아지의 역할은 인도네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미약했으며, 오히려 이슬람 대중조직과 시민사회, 그리고 군부 내 분열이 체제 전환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이는 무어 이론의 적용 가능성을 재검토하는 동시에, 탈식민 무슬림 다수 사회에서 시민사회와 종교 조직이 민주화 과정에서 수행하는 독자적 역할을 이론화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민주화 이후 지방분권화 개혁이 낳은 지역 과두제의 부상과 '포획된 민주주의(captured democracy)' 현상은 무어적 분석 이후의 경로 의존성 문제를 예리하게 드러낸다.

이 논문의 논의는 ODA 정책과 민주주의 지원(democracy assistance) 분야에 직접적인 함의를 제공한다. 국제 개발협력 공동체는 오랫동안 굿 거버넌스와 민주화를 개발 성과의 선결 조건으로 간주하고, 제도 강화와 시민사회 역량 배양에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사례는 정치체제의 변동이 외부의 규범적 처방보다는 내적 계급 동학, 엘리트 분열, 시민사회의 역사적 축적에 의해 결정됨을 보여 준다. 무어의 시각을 경유할 때, 민주주의는 이식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회경제적 조건과 계급 연합의 산물로서 내생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ODA 설계자들에게 절차적 민주주의 지원을 넘어, 토착 부르주아지 육성, 농촌 사회의 역량 강화, 군·관료 엘리트의 경제적 기득권 해체 등 구조적 변환을 수반하는 장기 전략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인도네시아의 최근 민주주의 후퇴 조짐—포퓰리즘적 동원, 군부의 정치 복귀, 올리가르키의 강화—은 절차적 민주화가 구조적 변환 없이는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이 논문은 비교역사사회학적 방법론을 동남아시아 지역 연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할 것을 촉구하는 이론적 초대장이다. 무어 이론의 재독해는 단순한 고전 재검토가 아니라, 현재의 민주주의 위기를 설명하는 구조적 언어를 복원하려는 시도다. 향후 연구는 인도네시아를 넘어 필리핀,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다양한 정체 변동 경로를 무어적 분석틀과 탈식민주의 시각의 결합을 통해 비교 분석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민주주의 지원 프로그램이 선거 관리나 사법 개혁 같은 제도적 개입을 넘어, 토지 개혁, 중소기업 육성, 지역 시민사회 강화 등 계급 구조의 점진적 변환을 촉진하는 발전적 민주주의 접근법을 채택해야 함을 시사한다.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은 이러한 비교역사사회학적 통찰을 한국의 ODA 정책 설계와 연계함으로써, 한국 개발협력의 이론적 깊이와 현장 적용 가능성을 동시에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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