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21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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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후정책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체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한 국가 단위의 환경 정책을 넘어선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2020년 유엔 총회에서 공식 선언한 '이중 탄소 목표(双碳目标)', 즉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달성과 2060년 탄소 중립 실현은 파리협정 이행 구조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논문은 중국의 기후정책을 단순한 환경 규제의 관점이 아니라, 국가 주도 전환(state-led transition),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 그리고 탄소시장이라는 시장 기제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분석한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이 기술적·환경적 문제를 넘어 국가-시장-사회 관계의 재편을 수반하는 심층적 정치경제 과정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현재 국제 개발 및 정치경제 논의에서 각별한 분석적 의의를 지닌다.
논문의 핵심 주장은 중국의 기후 전환이 신자유주의적 시장화 논리나 서구식 환경 거버넌스 모델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는 중앙 정부의 하향식 목표 설정, 지방 정부의 이행 재량, 국유기업의 구조적 역할, 그리고 민간 자본의 제한적 참여라는 네 층위가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구조를 보인다. 특히 2021년 전국 탄소배출권거래시장(全国碳市场)의 공식 출범은 시장 기제 도입을 통한 탄소 가격화의 시도로 주목받았으나, 논문은 이 시장이 순수한 가격 발견 메커니즘보다는 국가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설계·운영되고 있음을 분석한다. 탄소 배출권의 무상 할당 방식, 가격 변동성 억제를 위한 국가 개입, 그리고 이행 준수 여부에 대한 행정적 제재 구조는 중국 탄소시장이 지닌 국가 자본주의적 특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지점들이다. 이러한 분석은 기후정책의 '시장화'가 정치경제적 맥락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비교정치경제학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이 연구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ODA(공적개발원조) 및 글로벌 시민사회 담론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중국은 자국 내 기후 전환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프레임 아래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반 시설 투자와 에너지 협력을 확장해 왔으며, 이른바 '녹색 일대일로(Green BRI)' 담론은 기후 ODA의 새로운 경합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서방의 전통적 공여국 중심으로 구성된 OECD-DAC 체제가 기후 적응 및 완화를 위한 지원 규범을 주도하는 한편, 중국은 이와 구별되는 남남 협력 방식으로 기후 연계 개발 재원을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기후 금융 거버넌스의 다극화를 촉진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 내 환경 NGO 및 기후 운동 단체들은 국가의 정책 공간 내에서 제한적으로 활동하면서도 지역 차원의 환경 감시와 정보 공개 요구를 통해 거버넌스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독립적 비판 기능보다는 정책 집행의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는 구조적 한계는 중국 기후 거버넌스의 민주적 책임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논문은 기후정책 설계에 있어 거버넌스 구조의 정치경제적 맥락을 간과하는 기술관료주의적 접근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탄소 가격제, 녹색 채권, 재생에너지 투자 인센티브와 같은 개별 정책 수단의 효과성은 그것이 작동하는 국가-시장 관계의 성격, 지방 정부의 이행 유인 구조, 그리고 금융 시스템의 신뢰성에 따라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중국의 사례는 또한 기후 전환이 경제 구조조정과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석탄 의존 지역 경제의 산업 전환, 에너지 집약 국유기업의 저탄소 전환 부담, 농촌 지역의 태양광·풍력 보급 확대에 따른 토지이용 갈등 등은 기후 거버넌스가 분배적 정의 및 지역 불평등 문제와 구조적으로 교차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이는 기후 ODA 설계에 있어서도 수원국의 정치경제적 구조와 기존 거버넌스 역량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미래 연구 및 실무 관점에서 이 논문이 제시하는 시사점은 여러 층위에서 도출된다. 첫째, 비교 기후 거버넌스 연구에 있어 중국 모델의 독자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여타 권위주의적·발전주의적 국가들의 기후정책과 체계적으로 비교하는 중범위 이론화 작업이 요청된다. 둘째, 탄소시장의 효율성 평가를 가격 메커니즘에만 국한하지 않고 제도적 설계, 정치적 수용성, 사회적 형평성까지 포함하는 다차원 평가 프레임의 개발이 필요하다. 셋째, 개발협력 실무자들에게는 기후 재원의 흐름이 지정학적 경쟁 구도와 교차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중국과의 기후 협력 또는 경합 과정에서 수원국의 자기결정권과 기술이전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요구된다. 중국의 기후정책 전환은 단순히 한 국가의 환경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가 기후라는 새로운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의 핵심 동학임을 이 연구는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