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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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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21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인도네시아의 정치 변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 Jr.)의 고전적 분석 틀은 여전히 강력한 이론적 준거로 기능한다. 무어의 1966년 저작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Social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은 잉글랜드,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의 근대화 경로를 비교하면서, 부르주아지·지주 계급·농민 간의 역학 관계가 민주주의 또는 권위주의로의 이행을 결정짓는다는 테제를 제시했다. "부르주아 없이 민주주의 없다(No bourgeois, no democracy)"는 그의 명제는 이후 수십 년간 비교정치학의 핵심 논쟁 축을 형성해왔다. 이 논문은 인도네시아를 무어의 분석 틀에 대입함으로써, 동남아시아 최대 국가의 권위주의적 경로와 민주화 이행을 재해석하고, 나아가 무어 이론의 적용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검토한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회고가 아니라, 오늘날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복원력을 이해하는 데 불가결한 분석 작업이다.

무어의 이론을 인도네시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식민 통치가 형성한 계급 구조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네덜란드 동인도 식민체제는 강압적 경작제도(cultuurstelsel)와 영지 임대(landhuur) 체계를 통해 토착 지주 계급의 자율적 성장을 억제하면서도, 수출 작물 경제에 복무하는 종속적 농업 구조를 온존시켰다. 무어가 독재 경로의 핵심 변수로 지목한 '상업적 농업과 강압적 노동 결합'은 인도네시아 식민지 농업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독립 이후 수카르노 체제의 '교도된 민주주의(Guided Democracy)'는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정치적 동원으로 봉합하려 했으나, 1965년 9·30 사건과 그에 뒤이은 대규모 반공 학살은 무어가 분석한 '농민 반란의 진압을 통한 보수적 근대화' 경로의 동남아시아적 변형이라 할 수 있다. 좌파 세력과 농민 조직의 물리적 소멸은 수하르토 신질서(New Order) 체제가 부르주아적 시민 동원 없이 군부·기술관료 연합에 의거한 권위주의적 발전국가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수하르토 신질서 체제의 30여 년은 무어의 이론이 예측하지 못한 역설을 만들어냈다. 권위주의적 국가 주도 산업화는 역설적으로 도시 중산층과 민간 자본가 계급을 성장시켰으며, 이 계급은 결국 체제의 해체를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의 담지자가 되었다. 19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수하르토 체제의 정당성을 붕괴시켰을 때, 인도네시아의 개혁운동(Reformasi)은 무어가 민주주의의 조건으로 제시한 '독립적 부르주아지의 국가로부터의 분리'가 뒤늦게나마 작동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논문은 이 지점에서 무어 이론의 수정과 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부르주아지의 역할이 근대화의 초기 국면이 아닌 권위주의 체제의 내생적 모순이 폭발하는 시점에서 민주화 동력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군부·이슬람·시민사회 등 무어의 원형 분석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행위자들이 인도네시아의 정치 이행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을 논증한다.

이러한 분석은 ODA 및 민주주의 지원 정책의 맥락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1990년대 이후 국제 개발 공동체는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 의제 하에 법치·선거 민주주의·시민사회 강화를 개발 지원의 핵심 조건으로 설정해왔다.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이 접근이 계급 구조와 역사적 경로 의존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때 어떤 한계에 봉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외부 행위자의 민주주의 지원은 선거 제도와 시민사회 단체의 형식적 건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나,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공고화를 저해하는 핵심 요인은 여전히 내생적 과두제(oligarchy)와 후원주의(clientelism) 구조에 있다. 무어의 비교역사 분석이 촉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조건이 단기적 제도 이식이 아니라 계급 역학의 장기적 변환 속에 뿌리내린다는 통찰이며, 이는 ODA 설계자들이 정치적 변화를 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강하게 시사한다.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이 논문이 제기하는 가장 긴요한 과제는 이른바 '민주적 퇴행(democratic backsliding)'의 문제다. 조코위(Jokowi) 정부 이후 심화된 정치 엘리트와 재벌 자본의 유착, 프라보워(Prabowo)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나는 군사·엘리트 연합의 재편 양상은 무어의 '반동적 근대화' 경로가 민주화 이후에도 잠재적으로 복원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는 선거 주기의 반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자율성·사법 독립·미디어 다원성이 과두 자본과 정치 연합의 포획에 맞서 얼마나 구조적으로 제도화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무어의 고전을 21세기 인도네시아에 재소환하는 이 연구는 비교정치학의 방법론적 자원이 당대의 정치적 긴장과 얼마나 생산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학문적 성취이며, 동남아시아 정치경제를 연구하는 후속 연구자들에게 풍부한 이론적 단초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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