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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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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24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인도네시아의 정치 체제 변동은 비교정치학 및 역사사회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탐구되어 온 핵심 주제 중 하나다. 독립 이후 수카르노의 '교도 민주주의(Guided Democracy)', 수하르토 권위주의 체제의 32년간 지속, 그리고 1998년 레포르마시(Reformasi) 이후의 민주화 이행에 이르기까지, 인도네시아는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경로를 반복적으로 횡단해 온 복잡한 사례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논문은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의 고전적 이론 틀을 인도네시아에 적용함으로써, 계급 구조와 정치 체제 사이의 관계에 대한 기존 논의를 동남아시아 맥락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례 연구를 넘어, 근대 정치 발전 이론의 보편성 및 지역적 특수성을 동시에 성찰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배링턴 무어는 1966년의 저작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Social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에서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계급 연합의 형태가 각기 다른 정치 체제를 낳는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핵심 테제인 "부르주아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No bourgeoisie, no democracy)"는 지주 귀족, 상업 부르주아지, 농민 계급 간의 역학 관계가 민주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세 갈래 경로를 결정한다는 논리에 기반한다. 이 논문은 인도네시아의 역사적 궤적을 이 삼분법적 틀에 비추어 분석하면서, 식민지적 농업 구조, 군부의 계급적 역할, 화교 상업자본의 위치, 그리고 농촌 대중의 정치적 동원 방식이 어떻게 권위주의적 공고화 혹은 민주적 이행을 촉진하거나 제약하였는지를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유럽 및 북미 사례를 기반으로 구축된 무어의 이론이 포스트콜로니얼 동남아시아에서 어느 범위까지 설명력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 논문의 분석은 ODA 및 개발협력 연구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수하르토 체제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는 세계은행 및 서구 공여국으로부터 막대한 개발원조를 수령하였으며, 이는 냉전 구조 속에서 반공 권위주의 정권을 지탱하는 지정학적 도구로도 기능하였다. 원조가 시민사회를 강화하고 민주주의를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특정 체제의 생존을 연장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비판적 개발학의 관점은, 이 논문이 탐구하는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 경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진행된 민주화 이행 이후, 인도네시아의 시민사회는 급속히 팽창하였고, 원조 수혜 구조도 국가 중심에서 시민사회 파트너십 모델로 전환되었다. 이 역사적 변화의 구조적 기원을 무어적 시각에서 분석하는 이 논문은, 민주주의와 개발협력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이론적 좌표를 제공한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연구는 민주주의 이행과 공고화에 있어 계급 구조의 선행 조건에 주목할 것을 촉구한다. 인도네시아의 경험은, 민주화가 단순히 선거 제도의 도입이나 형식적 법치주의의 정착으로 완성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농장 중심의 토지 소유 구조, 군부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그리고 대규모 빈곤 농촌 인구의 존재는 민주주의의 실질적 심화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분석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관찰되는 민주주의 후퇴(democratic backsliding) 현상, 즉 사법부 독립의 약화, 반부패 기관의 권한 축소,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의 부상 등을 단순한 리더십 문제가 아닌 구조적 계급 역학의 산물로 이해하게 만든다. 개발원조 및 거버넌스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심층 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기술적 개입의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이 논문으로부터 읽어낼 수 있다.

이 연구는 학술적 차원에서도, 실무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미래 지향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학술 연구자들에게는 비교역사사회학의 고전 이론을 포스트콜로니얼 맥락에 재적용하는 방법론적 실험으로서, 보편 이론의 설명 범위와 한계를 검증하는 작업의 가치를 일깨운다. 특히 군부가 하나의 자율적 계급 행위자로 기능하는 동남아시아적 특수성,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농업 구조가 탈식민 정치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무어의 원래 이론 틀을 확장·수정하는 새로운 이론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개발협력 실무자들에게는 민주주의 지원 프로그램이 단기적 제도 구축을 넘어 토지 개혁, 노동 권리, 지역 시민사회 역량 강화 등 구조적 변환을 지향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이자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권으로서, 그 민주주의의 건강성은 역내 정치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 논문이 제기하는 역사사회학적 성찰은,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미래를 전망하고 이를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전략을 재정비하는 데 있어 불가결한 지적 자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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