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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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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25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 Jr.)의 역작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1966)은 비교 역사사회학의 고전으로, 계급 동맹의 구조가 어떤 정치체제를 낳는지를 탐구한 이론적 토대다. 특히 "부르주아지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는 그의 명제는 이후 수십 년간 비교정치학의 핵심 명제로 기능해 왔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라는 사례는 이 명제를 검증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동시에 극히 복잡한 지형을 제공한다. 식민지 유산, 냉전 구도, 군부의 구조적 개입, 그리고 급격한 자원 기반 산업화가 중첩된 이 나라는 수카르노의 '교도 민주주의', 수하르토의 '신질서(New Order)' 권위주의 체제, 그리고 1998년 레포르마시(Reformasi)로의 민주화 전환이라는 굴곡된 역사적 경로를 걸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본 논문은 무어의 이론적 틀을 인도네시아에 적용하여, 독재와 민주주의로의 경로가 어떤 계급 역학과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역사 서술이 아니라, 오늘날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공고화 여부와 전 지구적 민주주의 후퇴(democratic backsliding)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분석적 작업이기도 하다.

무어의 이론은 크게 세 가지 역사적 경로를 제시한다. 첫째, 상업적 부르주아지와 지주 계급 간의 동맹이 와해되고 부르주아지가 독립적 정치력을 획득할 때 자유 민주주의가 출현한다. 둘째, 지주 계급과 국가 관료가 위로부터의 근대화를 주도할 때 파시즘으로 귀결된다. 셋째, 국가의 농민 수탈이 심화되고 기존 질서의 균열이 격렬해질 때 혁명과 공산주의로 이어진다. 본 논문은 인도네시아가 이 세 경로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으면서도 각 경로의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음을 논증한다. 네덜란드 식민지배는 지주-농민 관계를 왜곡하고 토착 부르주아지의 형성을 억제했으며, 독립 이후 수카르노 체제는 인도네시아 공산당(PKI)을 정치적 균형추로 활용하는 복잡한 계급 연립을 구성했다. 1965년의 대학살과 수하르토의 집권은 단순한 군부 쿠데타가 아니라, 농촌 계급 갈등이 폭발하고 냉전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가운데 특정 계급 동맹이 승리를 거두는 과정이었다. 신질서 체제는 군부, 기술 관료, 도시 자본가라는 삼각 동맹을 통해 안정적 권위주의를 구축했으나, 이는 무어가 분석한 유럽-아시아의 고전적 경로와는 구별되는 '군부 매개형 권위주의'였다.

이러한 분석이 갖는 의미는 인도네시아 국내적 맥락을 넘어, ODA 및 개발 원조 거버넌스, 시민사회 역량 강화, 그리고 동남아 지역 정치경제의 광범위한 흐름과 직결된다. 1998년 레포르마시 이후 인도네시아는 ASEAN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 부상했고, 이에 따라 국제 개발 기구들은 지방 분권화(desentralisasi), 선거 지원, 시민사회 역량 강화에 상당한 ODA를 집중 투입했다. 그러나 본 논문이 무어적 관점에서 제기하는 핵심 경고는, 계급 구조와 자원 배분의 근본적 변화 없이 이루어지는 절차적 민주화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코위(Joko Widodo) 이후 프라보워(Prabowo) 체제에서 관찰되는 민주주의 후퇴 징후들 — 군부의 민간 영역 재진출, 올리가르히 자본과 정치 권력의 유착,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규제 강화 — 은 무어가 경고했던 '취약한 민주주의의 구조적 조건'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유사한 발전 경로를 걷고 있는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 주변국들에도 적용 가능한 비교적 함의를 지닌다.

정책적 관점에서, 본 논문의 연구 결과는 민주주의 지원 ODA의 설계와 평가 방식에 근본적인 재고를 촉구한다. 전통적인 민주화 지원 프로그램은 선거 시스템 정비, 헌법 제도 강화, 반부패 기구 설립 등 제도적·절차적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무어적 분석 틀은 이러한 접근이 구조적 인과관계를 간과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은 특정 계급 — 특히 독립적인 도시 중간 계층과 조직화된 시민사회 — 이 충분한 경제적 기반과 자율적 정치력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원 기반 올리가르히 경제와 토지 분배의 불평등은 여전히 구조적 민주주의 위협 요인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OECD DAC 공여국들과 다자 개발 은행들은 단기적 선거 지원을 넘어, 농촌 토지 개혁 지원, 독립 언론 육성, 독립적 시민사회 재정 지원 등 계급 구조 재편을 겨냥한 중장기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중요성 — 광물 자원, 지정학적 위치,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역할 — 이 민주주의 지원보다 지정학적 이해를 우선시하는 공여국들의 이중 기준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도 비판적으로 점검되어야 한다.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이 논문은 비교 역사사회학 고전 이론의 현대적 유효성을 재확인하면서도 그 한계와 수정 필요성을 동시에 제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방법론적 성찰을 제공한다. 무어 이론이 제시한 서구 중심적 경로 모델은 식민지 경험, 냉전 지정학, 그리고 자원 민족주의가 교차하는 동남아시아적 맥락에서 수정·보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 맥락에 천착한 중범위 이론(middle-range theory)의 개발이 요청된다.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은 인도네시아 사례를 한국,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민주화 경험과 체계적으로 비교하는 후속 연구를 기획함으로써, 보편 이론과 지역 특수성 사이의 생산적 긴장을 이론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2024년 총선을 거쳐 새로운 권력 구도가 자리잡아 가는 인도네시아의 정치 동학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종단 연구(longitudinal research)는, 민주주의 공고화 혹은 권위주의 회귀의 임계점을 판별하는 데 실질적 정책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역사의 경로 의존성을 직시하는 무어적 시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분석 도구이며, 인도네시아는 그 이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시험하는 살아있는 실험장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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