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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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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26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 Jr.)의 고전적 비교역사사회학 저작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1966)은 반세기를 넘어서도 여전히 정치체제 변동 연구의 중심 준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무어는 근대화 과정에서 지주 귀족, 부르주아지, 농민 계급이 각각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어떤 국가는 자유민주주의로, 어떤 국가는 파시즘이나 공산주의적 독재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부르주아지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는 그의 명제는 이후 수십 년간 수많은 지역 사례 연구에 적용되고 검증되어 왔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본 논문은 이 이론적 틀을 인도네시아라는 복합적 사례에 적용함으로써, 식민지배에서 권위주의 체제, 그리고 민주화로 이어지는 인도네시아의 역사적 경로를 재해석한다. 이는 단순한 사례 연구를 넘어, 무어의 분석 체계가 비서구·비유럽 맥락에서 어느 정도 설명력을 유지하는지, 혹은 어떠한 수정이 필요한지를 묻는 이론적 도전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무어의 분석 틀을 적용하기에 매우 도전적이면서도 생산적인 사례다. 네덜란드 식민 통치하에서 형성된 플랜테이션 경제와 강압적 농업 수탈 체제는 독립 이후에도 계급 구조의 왜곡으로 이어졌으며, 1945년 독립 이후 수카르노(Sukarno)의 '교도민주주의(Guided Democracy)'는 자유민주주의적 실험의 조기 종료를 의미했다. 1965년 쿠데타 이후 수하르토(Suharto)가 수립한 신질서(New Order) 체제는 약 32년간 지속된 개발독재로서, 이 시기 인도네시아의 정치경제는 군부-관료-자본의 삼각 연합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 논문은 무어의 시각에서 볼 때 인도네시아 부르주아지의 상대적 취약성, 농촌 농민층의 조직화 실패, 그리고 군부라는 독특한 행위자의 역할이 어떻게 수십 년간의 권위주의적 지배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했는지를 분석한다. 이는 단순히 지도자 개인의 의지나 이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 관계와 농업 구조의 장기적 패턴에 뿌리를 둔 구조적 결과였음을 보여준다.

1998년 수하르토 체제의 붕괴와 이어진 개혁(Reformasi) 시기는 무어의 분석 틀에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인도네시아의 민주화는 강력한 산업 부르주아지의 주도가 아니라, 학생 운동, 도시 중간계급, 노동조합, 그리고 일부 이슬람 시민사회 단체들의 복합적 연대에 의해 추동되었다. 무어가 상정한 서구적 계급 행위자의 역할을 인도네시아식 맥락에서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는 이 논문의 핵심 분석과제 중 하나다. 특히 이슬람 대중조직인 나흐다툴울라마(Nahdlatul Ulama)와 무함마디야(Muhammadiyah)가 수행한 시민사회적 완충재 역할은, 종교 기반 조직이 민주적 이행 과정에서 부르주아지의 기능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개발협력의 관점에서 시민사회 강화 사업이 단순한 NGO 지원을 넘어, 민주주의의 사회적 토대를 구성하는 광범위한 연대 네트워크의 제도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함의한다.

이 논문이 ODA 및 개발정책 분야에 던지는 함의는 매우 구체적이다. 인도네시아 사례는 개발원조가 단순히 경제 성장률이나 빈곤 감소 지표만을 목표로 해서는 민주주의 공고화와 선순환적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질서 시기 인도네시아는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모범 개발 사례로 한때 높이 평가받았으나, 이 경제 성장은 권위주의적 분배 구조와 결합됨으로써 정치적 다원화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무어적 관점에서 보면, 지방 엘리트와 농촌 사회의 계급 관계를 변환시키지 않는 원조는 오히려 기존 권력 구조를 공고화할 위험이 있다. 이는 공여국과 국제기구가 제도 강화 프로그램이나 거버넌스 지원을 설계할 때, 해당 사회의 계급 구성과 역사적 경로의존성을 사전에 진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방법론적 요청으로 이어진다.

비교역사사회학적 접근을 동남아시아 정치체제 분석에 접목한 이 연구는, 향후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연구자에게는 무어의 분석 틀을 인도네시아를 넘어 필리핀, 태국, 미얀마 등 유사한 식민 유산과 농업 구조를 보유한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 검토하는 작업이 요청된다. 농업 구조, 계급 동학, 군부의 자율성 정도가 상이한 각 사례를 체계적으로 비교함으로써 무어의 이론을 아시아적 맥락으로 재정립할 수 있는 이론적 공간이 열린다. 실무자에게는 정치체제의 안정성과 민주적 이행 가능성을 평가할 때 단기 지표보다 계급 관계와 시민사회 제도화 수준이라는 구조적 변수를 중시해야 한다는 교훈이 남는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다수 국가가 민주주의와 양립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개발협력의 글로벌 담론에서 그 상징적 가치가 크다. 이 논문은 그 민주화의 경로가 우연이나 지도자의 결단이 아닌, 오랜 역사적 계급 투쟁의 축적 위에서 이루어진 구조적 산물임을 설득력 있게 주장함으로써, 개발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한층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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