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29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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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후 정책은 단순한 환경 관리의 문제를 넘어, 국가 발전 전략과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의 재편이라는 복합적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시진핑 정부가 2020년 유엔총회에서 선언한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탄소 중립'이라는 이른바 '쌍탄소(双碳)' 목표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 기후 거버넌스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국내 산업 전환과 국제 규범 형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본 논문은 이러한 중국의 기후 정책을 '전환(transition)', '거버넌스(governance)', '시장(market)'이라는 세 개의 분석 축을 중심으로 해부하며, 권위주의적 발전 국가가 어떻게 생태 전환의 기획자이자 집행자로 기능하는지를 탐구한다. 이는 개발협력과 시민사회 연구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지니는바, 중국 모델의 확산이 글로벌 남반구의 기후 거버넌스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논문의 핵심 주장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단선적인 '녹색 전환'의 서사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중앙 정부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 도입,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석탄 의존도 감축 등 일련의 제도적 개혁을 추진해왔으나, 정책의 실질적 이행 과정에서는 중앙-지방 간 이해관계의 충돌, 성장 우선주의 지방 정부의 규제 회피, 그리고 에너지 집약 산업의 정치적 저항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출범한 전국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할당 방식의 과잉 허용, 검증 시스템의 미비, 가격 신호의 불안정성 등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논문은 이러한 거버넌스의 균열이 단순한 제도 미숙의 문제가 아니라, 발전주의 국가 유산과 생태 근대화 담론 사이의 긴장에서 비롯된 구조적 모순임을 지적한다. 중국의 기후 시장화는 서구식 탄소 시장의 이식이 아니라, 국가 주도의 시장 구성이라는 독자적 경로를 따르고 있으며, 이 점이 비교 정치경제학적 분석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기후 정책 전환은 공적개발원조(ODA) 및 글로벌 개발협력 체계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중국은 '일대일로(BRI)' 이니셔티브의 '녹색화'를 표방하며 개발도상국 대상 기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이는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들의 ODA 기준과는 상이한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양허성 차관과 인프라 투자를 결합한 중국식 기후 금융은 수원국에 단기적 재정 접근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탄소 집약적 인프라에 대한 잠금효과(lock-in effect)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도 병존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의 시장과 거버넌스 분석은, 글로벌 기후 금융 질서에서 중국의 역할이 단순한 '오염 수출자'나 '녹색 행위자'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넘어서야 함을 시사한다. 시민사회의 역할 또한 주목된다. 중국 내 환경 NGO들은 정부와의 협력적 긴장 관계 속에서 기후 정책 이행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제도적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서구 시민사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형태의 참여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정책적 함의의 차원에서 본 논문은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기후 거버넌스의 효과성은 제도 설계의 정교함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정책 집행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동학과 국가-시장-사회 관계의 구성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중국 사례는 권위주의적 국가 역량이 기후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는 동시에, 투명성과 책임성의 결여로 인해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제한할 수 있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둘째, 탄소 시장의 도입이 자동적으로 탄소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경계해야 함을 뜻한다. 기후 정책의 실효성은 시장 내부의 가격 신호보다도 국가의 규제 의지와 지방 이행 역량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셋째, 중국의 기후 전환 경험은 다른 신흥국들이 자국의 기후 거버넌스 모델을 설계할 때 하나의 비교 준거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후 규범의 다원화와 남-남 협력의 기후 의제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무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본 논문은 여러 미래 지향적 과제를 제시한다. 연구 차원에서는 중국의 기후 정책을 단일한 국가 행위자의 전략으로 환원하는 분석을 지양하고, 성(省) 단위의 비교 연구와 산업별 전환 경로 분석을 통해 내부 이질성을 포착하는 방향으로 연구 의제가 확장되어야 한다. 또한 기후 정책과 디지털 전환, 지정학적 경쟁이 교차하는 복합적 동학에 대한 학제 간 접근이 요구된다. 실무 차원에서 개발협력 기관과 국제기구는 중국과의 기후 협력에 있어 이분법적 수사를 넘어 구체적인 정책 이행 메커니즘과 감시 체계 강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은 한국의 ODA 정책이 중국의 기후 행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하고, 아시아 역내 기후 협력의 제도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정책 설계 연구에 기여할 수 있다. 중국의 기후 전환은 현재진행형이며, 그 경로와 결과는 단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정치경제 전체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