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31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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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후 거버넌스 전환: 국가 주도 시장화와 글로벌 개발 질서의 재편
중국의 기후 정책은 21세기 국제 개발 및 정치경제 질서를 이해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주변적 사안이 아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자 동시에 최대 재생에너지 투자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 변화는 단순한 환경 정책의 문제를 넘어, 국가-시장 관계의 재구성, 글로벌 ODA 지형의 변화, 그리고 권위주의적 환경 거버넌스 모델의 확산 가능성이라는 복합적 함의를 내포한다. 특히 파리협정 이후 심화된 기후 레짐의 구조 속에서 중국이 선택하고 있는 전환 경로는 선진국 중심의 기존 개발 패러다임과 날카롭게 충돌하면서도 일부 국면에서는 수렴하는 양상을 보인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연구는 바로 이 복잡한 교차점을 분석함으로써, 중국 기후 정책의 전환(transition), 거버넌스(governance), 시장(market)이라는 세 축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글로벌 기후 정치경제를 재형성하는지를 규명한다.
이 연구의 핵심 주장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단선적인 생태 현대화 경로를 따르지 않으며, 오히려 국가 권력이 시장 기제를 선택적으로 동원하고 통제하는 독특한 혼합 거버넌스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출범한 전국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는 외형적으로는 시장 기반 접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가 할당량 설계, 검증 체계, 가격 밴드를 촘촘히 통제하는 관리된 시장(administered market)의 성격을 띤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기후 전환을 경제 구조 고도화 및 산업 정책의 연장선으로 위치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또한 지방 정부가 중앙의 탄소 감축 목표와 지역 경제 성장 요구 사이에서 겪는 구조적 긴장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이로 인해 정책 이행의 파편화와 포획(regulatory capture)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논증한다. 시진핑 체제 하에서 강화된 중앙집권화가 기후 거버넌스의 일관성을 제고하는 한편, 지역 행위자들의 창의적 적응과 데이터 조작 유인을 동시에 증가시킨다는 이중적 역동성은 이 연구가 포착한 핵심 발견 중 하나다.
이 연구의 분석틀은 ODA 및 시민사회 담론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우선, 중국의 기후 정책 전환은 일대일로(BRI) 이니셔티브의 '녹색화(greening)' 압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2021년 시진핑이 선언한 해외 석탄 발전 투자 중단과 녹색 BRI 담론의 부상은, 중국 ODA 및 개발금융의 성격 변화를 예고하는 동시에 수원국에게는 기후 조건부성(climate conditionality)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규범 압력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기존 DAC 공여국 중심의 ODA 질서가 기후 거버넌스를 통해 재편되는 양상과 교차하며, 중국이 글로벌 기후 금융 아키텍처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려 하는지를 가늠케 한다. 또한 시민사회와의 관계에서도 주목할 변화가 포착된다. 중국 내 환경 NGO들은 국가 기후 목표를 지지하는 한에서 제한적 공간을 부여받고 있으나, 독립적 감시자(watchdog)로서의 역할은 심각하게 제약된 채로 남아 있다. 이 연구는 이 같은 '국가 내재적(state-embedded)' 시민사회 구조가 기후 거버넌스의 책임성과 투명성에 어떤 한계를 부과하는지를 동아시아 비교정치경제의 맥락에서 검토한다.
정책적 함의 측면에서 이 연구는 국제 기후 협상 및 개발협력 실무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중국 ETS의 설계와 운영 방식은 개도국의 탄소 시장 도입 논의에서 하나의 비교 기준점이 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탄소 시장 연계(linkage) 논의의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서방 주도의 기후 금융 규범과 중국식 시장 설계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개도국들은 규범적 선택의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 이 연구는 기후 전환이 발전 모델 전반의 전환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구조적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ODA 프로그램 설계에서 기후와 발전의 통합적 접근이 불가피함을 재확인한다.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원조와 금융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수원국의 거버넌스 역량 강화와 환경 기준의 내재화를 어떻게 병행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개발협력 실무자들에게 시급한 과제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중국 기후 정책 연구의 방법론적 지평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를 갖는다.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환경 거버넌스를 분석하는 기존 프레임이 주로 '권위주의적 환경주의(authoritarian environmentalism)'와 '발전주의적 생태 근대화' 사이의 이분법에 머물렀다면, 이 연구는 전환 정치경제학(transition political economy)의 시각을 도입함으로써 제도적 변화의 경로 의존성과 행위자 간 권력 역학을 보다 정교하게 포착한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기후 전환 경로를 모색하고 중국과의 기후 협력 또는 경쟁 구도를 설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분석틀은 정책 연구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데 기여한다.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에게도 이 연구는 개발협력과 기후 정치경제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연구 의제를 설정하고, 국내 실무자들이 중국 기후 정책의 복합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분석적 자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