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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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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7-31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경로: 배링턴 무어의 이론적 렌즈를 통한 역사적 성찰

인도네시아는 20세기 중반 이후 권위주의적 통제와 민주주의적 전환이라는 두 가지 극적인 정치 경로를 모두 경험한 대표적인 사례국이다. 식민지 유산, 계급 동맹의 변형, 농업 구조의 전환, 그리고 국제 정치경제 질서와의 연동이라는 복잡한 변수들이 교차하는 인도네시아의 정치사는 비교정치학자들에게 오랫동안 중요한 연구 대상이었다. 『현대 아시아 저널(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연구는 배링턴 무어 주니어(Barrington Moore Jr.)의 고전적 분석 틀—『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Social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 1966)』—을 인도네시아의 구체적 역사 경로에 적용함으로써, 해당 국가가 왜 권위주의의 심화와 이후 민주주의로의 전환이라는 이중적 경로를 걸어왔는지를 해명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사례 연구를 넘어, 동남아시아 및 글로벌 사우스 전반의 정치체제 변동을 이해하는 이론적·경험적 기여로서 현재적 의의를 갖는다.

배링턴 무어의 분석 틀은 정치체제의 성격이 계급 연합(class coalition)의 구조, 특히 토지 귀족, 부르주아지, 농민 계급 간의 역학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그의 유명한 명제인 "부르주아지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no bourgeoisie, no democracy)"는 산업 자본가 계급이 민주주의적 제도화의 핵심 추동력임을 강조한다. 반면 지주 귀족과 새로운 산업 자본이 동맹을 이루거나, 국가가 위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농업 기반을 유지한 채 근대화를 추진할 경우, 파시즘 혹은 권위주의적 발전주의 체제가 출현한다고 보았다. 이 연구는 인도네시아의 사례가 무어의 도식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그리고 어디서 이탈하는지를 면밀히 추적한다. 식민지 시대 네덜란드 플랜테이션 경제가 형성한 취약한 토착 부르주아지, 수카르노(Sukarno) 시기의 인도된 민주주의(Guided Democracy)가 초래한 계급 연합의 불안정, 1965년 쿠데타와 대학살을 통한 공산당(PKI) 제거, 그리고 수하르토(Suharto)의 신질서(New Order) 정권이 구축한 발전주의적 권위주의 체제는 무어적 의미의 '위로부터의 혁명'이 동남아시아 맥락에서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이 논문의 기여는 단순한 이론 적용을 넘어,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인도네시아의 민주화 전환(Reformasi)이 어떤 계급 역학의 재편을 통해 가능했는지를 규명한다는 점에 있다. 무어의 틀에서 민주주의로의 전환은 흔히 상업 부르주아지의 성장과 농업 구조의 해체를 통한 농촌 잉여 계급의 도시화라는 경로를 전제로 한다. 수하르토 신질서 30년간 수행된 개발주의 정책은 역설적으로 이 구조적 조건들을 일부 충족시켰다. 도시 중간 계급의 성장, 수출 지향 제조업의 확대, 그리고 농업 부문의 상대적 위축은 민주화를 추동할 수 있는 사회 세력을 점진적으로 형성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동시에 인도네시아의 민주화가 순수한 계급 역학의 결과물이기보다는, 국제 금융기구와의 조건부 원조 관계, 시민사회 조직의 동원, 군부 엘리트 내부의 분열이라는 복합적 요인들의 교차점에서 발생했음을 강조한다. 이는 무어의 틀이 동남아시아라는 역사적·지리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수정·보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시사를 제공한다.

국제개발협력(ODA) 및 시민사회 연구의 관점에서 이 논문은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가진다. 냉전 시기 서방의 인도네시아 원조 정책은 공산주의 확산을 차단한다는 지정학적 목표 아래 수하르토 권위주의 체제를 경제적으로 지지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주도의 '버클리 마피아(Berkeley Mafia)' 경제팀은 신질서 체제의 개발 파트너로 기능했으며,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보다 경제 성장과 안정을 우선시하는 조건부 원조의 내재적 긴장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반면 1998년 이후 시민사회 강화를 위한 국제 원조의 확대는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조코 위도도(Joko Widodo) 행정부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정부로의 이행 과정에서 관찰되는 민주주의 후퇴 징후—언론 자유 제한, 시민사회 공간의 협소화, 군·경찰의 민간 영역 재진입—는 민주주의 공고화가 결코 단선적이지 않음을 재확인시키며, ODA 공여국들에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민주주의 지원 전략의 필요성을 환기한다.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이 논문은 역사적 비교사회학의 유용성과 한계를 동시에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 배링턴 무어의 틀은 계급 구조와 농업 변환이라는 장기적 구조 요인을 분석하는 데 탁월한 설명력을 갖지만, 종교적 정체성, 민족적 다양성, 지역 분권화,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정치체제 변동에 미치는 현대적 영향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내포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인구를 가진 국가이자 다양한 민족·언어 집단으로 구성된 군도 국가로서, 계급 환원론적 분석이 놓칠 수 있는 정체성 정치의 복잡성이 민주주의의 질과 방향에 깊이 개입한다. 따라서 향후 연구는 무어적 비교역사 접근법을 토대로 하되, 이슬람 시민사회 조직(예: 나흐들라툴 울라마, 무함마디야)의 역할, 지방 선거 정치의 다층성, 자원 지대(resource rent)와 올리가르히 네트워크의 영향력이라는 변수들을 통합한 보다 풍부한 이론적 종합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사례는 민주주의가 단지 경제 발전의 부산물이 아니라, 지속적인 시민적 투쟁과 제도적 설계, 그리고 국제 연대의 산물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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