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8-03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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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후 거버넌스 전환: 정책 설계, 시장 메커니즘, 그리고 아시아 정치경제의 함의
기후위기 대응이 전 지구적 의제로 부상한 오늘날,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기후정책 방향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국제 개발협력, 글로벌 거버넌스, 그리고 아시아 지역 정치경제 질서 전반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2020년 유엔 총회에서 공식 선언한 '2030 탄소 피크, 2060 탄소 중립'이라는 이른바 '쌍탄(雙碳)' 목표는 국제사회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냈다. 이 같은 맥락에서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China's Climate Policy: Transition, Governance, and Market"은 중국 기후정책의 내적 동학, 즉 국가 주도 거버넌스 구조와 시장 메커니즘 사이의 긴장, 그리고 이 복합적 전환이 어떻게 제도화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 논문은 기후정책을 단일한 국가 의지의 산물로 환원하지 않고, 다층적 행위자들이 경합하는 정치경제적 장(場)으로 파악함으로써 학문적·정책적으로 중요한 기여를 한다.
논문의 핵심 주장은 중국의 기후 전환이 기술관료적 합리성과 시장 논리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으며, 그 이면에는 중앙-지방 정부 간의 이해 충돌, 국유기업과 민간 행위자 간의 구조적 비대칭, 그리고 '녹색 성장' 담론이 기존 발전주의적 패러다임과 접합되는 방식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국이 2021년 본격 출범시킨 전국 탄소배출권거래시장(全國碳市場)은 표면적으로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탄소 감축을 지향하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국가의 강력한 행정 개입과 가격 통제가 지속됨으로써 '국가-시장 혼합 거버넌스'라는 독특한 형태를 보인다. 논문은 이 구조가 단순한 이행기 과도기적 현상이 아니라, 중국 특유의 체제 논리가 기후 영역에 재각인된 결과임을 논증한다. 아울러, 성(省) 단위 지방정부들이 중앙의 감축 목표를 어떻게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변형하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정책 집행의 격차(implementation gap)가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메커니즘을 밝힌다.
이러한 발견은 ODA 및 국제 개발협력, 그리고 시민사회 영역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중국은 일대일로(BRI) 프레임워크 하에서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에너지 협력을 확대해 왔는데, 쌍탄 목표 선언 이후 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녹색화' 압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논문이 지적하듯, 국내 기후 거버넌스의 구조적 취약성—특히 탄소 집약적 산업에 대한 국가-자본 동맹의 지속—은 해외 개발금융의 실질적 탈탄소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민사회의 측면에서도, 중국 내 환경 NGO들의 역할은 권위주의적 거버넌스 구조 속에서 제도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국제 기후 시민사회와의 연대 역시 지정학적 맥락에 의해 복잡하게 매개된다. 이는 기후 거버넌스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시민사회 관계, 글로벌 권력 비대칭, 개발 패러다임의 충돌이 교차하는 정치적 공간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정책적 함의 면에서 이 논문은 여러 층위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국제기후협약 이행 메커니즘의 설계에 있어 각국의 거버넌스 구조와 정치경제적 맥락을 정밀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사례는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보편적 처방이 각기 다른 제도적 토양에서 전혀 상이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공여국들이 기후 ODA를 설계할 때 수원국의 정책 이행 역량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의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기술 이전이나 금융 지원만으로는 실질적인 배출 감축으로 이어지기 어려우며, 거버넌스 역량 강화와 시민사회 참여 확대를 병행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셋째, 글로벌 탄소시장의 통합 및 호환성 논의에서 중국의 탄소시장 발전 경로가 갖는 비교 제도적 함의를 보다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를 위한 미래 지향적 시사점으로, 이 논문은 중국 기후정책 연구에 있어 단순한 규범적 평가나 정책 목표 이행 여부의 확인을 넘어서는 분석 틀을 제시한다. 향후 연구는 지방 수준의 탄소 거버넌스 변이, 녹색 금융과 국가 자본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중국의 기후 외교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에너지 전환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정밀하게 추적해야 할 것이다. IOCSS와 같은 연구기관의 관점에서, 이 논문은 기후 전환을 개발협력 및 시민사회 강화의 렌즈로 분석하는 새로운 연구 어젠다를 촉발한다.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가 내포한 모순과 가능성은 단순히 중국 연구의 영역을 넘어, 권위주의적 환경 국가의 부상, 시장과 국가의 혼합적 기후 거버넌스, 그리고 글로벌 기후 정의의 미래를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들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