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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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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8-05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바링턴 무어(Barrington Moore Jr.)의 1966년 고전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Social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은 근대 정치체제의 형성을 농촌 계급 구조와 부르주아지의 역할로 설명하는 비교역사사회학의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부르주아 없이 민주주의 없다(No bourgeois, no democracy)"는 무어의 핵심 테제는 영국·프랑스·미국의 민주주의 경로, 독일·일본의 파시즘적 경로, 중국·러시아의 공산주의적 경로를 체계적으로 대비함으로써 20세기 정치경제학의 핵심 준거틀이 되었다. 그러나 무어의 분석이 동남아시아를 사실상 외면하였다는 점은 오랫동안 학문적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논문은 인도네시아라는 사례를 통해 무어의 이론 틀을 재조명하며, 지구적 민주주의의 위기가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개발도상국의 정치체제 변동을 이해하는 새로운 분석 시각을 제공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국가이자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권으로, 그 정치적 궤적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역동성을 보여준다. 수카르노(Sukarno)의 '교도 민주주의(Guided Democracy, 1957–1965)'는 서구식 의회민주주의를 해체하고 대통령 권력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권위주의화하였으며, 1965년 쿠데타 이후 수하르토(Suharto)의 신질서(Orde Baru) 체제는 약 32년간 군부 권위주의를 공고히 하였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 전개된 레포르마시(Reformasi) 운동은 수하르토 체제를 붕괴시키고 민주적 이행을 개시하였으나, 이후의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은 엘리트 포획, 올리가키적 경제 구조, 군부의 잔존 정치 영향력이라는 구조적 장벽에 직면해 왔다. 이 논문은 이러한 역사적 궤적을 무어의 이론적 렌즈로 분석하며, 인도네시아적 맥락이 무어의 보편 명제에 어떤 이의를 제기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보완하는지를 탐구한다.

무어의 프레임워크를 인도네시아에 적용할 때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지주-농민-부르주아지 간 계급 동학의 성격이다. 식민지 시대 네덜란드의 강제경작제도(Cultuurstelsel)가 남긴 농촌 구조는 서유럽의 봉건제와 본질적으로 다른 종속적 생산관계를 형성하였으며, 이는 독립 이후 국가 형성 과정에서 부르주아지의 자율적 성장보다 국가 주도 자본 축적이 지배적이 되는 구조적 토대가 되었다. 신질서 시대 수하르토 정권은 기술관료집단(technocrats)과 군 장성, 화교 자본가(cukong)의 삼각 동맹을 통해 개발 국가를 운영하였는데, 이는 무어가 파시즘의 전제 조건으로 지목한 '위로부터의 혁명'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띤다. 독립적 시민사회와 자율적 부르주아지의 부재 속에서 진행된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화는 무어가 상정한 계급 동학의 동아시아적 변형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동시에, 1998년 민주화를 추동한 세력이 산업 노동자나 농민이 아닌 도시 중산층과 대학생이었다는 사실은 무어 이론의 계급 결정론적 함의를 재고하게 만드는 중요한 반증 사례를 제공한다.

이 논문이 갖는 광범위한 정책적·연구적 함의는 ODA 및 민주주의 지원(democracy assistance) 담론과 직결된다. 2000년대 이후 국제 개발협력 분야에서 '민주적 거버넌스'는 개발 효과성의 핵심 조건으로 부각되었으나, 인도네시아 사례는 제도적 민주주의의 외피 아래 올리가키 구조가 공존할 수 있음을 선명하게 시사한다. 선거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분권화가 심화된 포스트-레포르마시 시대에도 지방 엘리트와 자원 자본의 결탁, 시민사회의 제도화된 포섭 등은 실질적 민주주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동해 왔다. 이는 ODA 집행기관이 민주적 거버넌스를 단순히 선거 실시나 입법부 강화의 문제로 환원할 경우, 구조적 계급·계층 관계를 간과하게 된다는 경고를 내포한다. 무어의 이론을 매개로 한 이 논문의 분석은 민주주의 지원 프로그램이 역사적 경로 의존성과 계급 구조에 대한 보다 정교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나아가 이 논문은 현 시점의 동남아시아 지역 정치경제 맥락에서 긴박한 함의를 갖는다. 2024년 출범한 프라보워(Prabowo Subianto) 정부는 과거 군부 독재 시기와의 역사적 연루로 인해 민주적 퇴행(democratic backsliding)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으며, 이는 인도네시아가 다시 권위주의적 경로를 밟을 가능성에 대한 학문적·정책적 논쟁을 재점화하고 있다. 이 논문이 제시하는 역사적 비교 분석은 그러한 논쟁에 구조적 설명 틀을 제공한다. 시민사회 연구자들에게는 나흐달라툴 울라마(NU)와 무함마디야(Muhammadiyah) 같은 인도네시아 이슬람 시민사회 조직이 권위주의적 포섭과 민주적 저항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계급 이론과 접합하는 연구 의제를 시사하며, 개발협력 실무자들에게는 단선적 민주화 이행 모델의 한계를 직시하고 경로 의존성에 주목하는 지역화된 접근법의 필요성을 환기한다. 무어의 고전적 틀을 동남아시아 최대 민주주의 국가에 적용한 이 연구는, 비교역사사회학과 개발정치경제학의 접점에서 이론적·실천적 기여를 동시에 수행하는 성과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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