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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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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8-07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현대아시아연구지》(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논문은 정치사회학의 고전 이론과 동남아시아 지역 사례 연구를 결합함으로써,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역사적 경로 문제를 재조명한다.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의 1966년 기념비적 저작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은 계급 동맹과 농업 구조가 근대성으로의 세 가지 경로—부르주아 혁명을 통한 민주주의, 위로부터의 혁명을 통한 파시즘, 농민 혁명을 통한 공산주의—를 결정짓는다고 주장하였다. 이 논문은 무어의 비교역사사회학적 틀을 인도네시아라는 구체적 사례에 적용함으로써, 세계 최대 군도 국가이자 무슬림 인구 최다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정치 궤적이 어떠한 구조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탐구한다. 이 연구는 단순한 사례 적용이 아니라, 무어의 이론적 틀의 설명력과 한계를 동시에 검증하는 비판적 재독해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의 정치사는 무어의 이론을 시험하기에 특히 적합한 지형을 제공한다. 독립 이후 수카르노(Sukarno)의 '교도민주주의(Guided Democracy)'는 의회민주주의의 실험이 내부 분열과 지역 반란으로 좌초되면서 등장한 권위주의적 조합주의의 산물이었다. 이후 1965년의 유혈 쿠데타 및 반쿠데타 과정을 거쳐 수하르토(Suharto)의 신질서(New Order) 체제가 32년간 지속되면서, 인도네시아는 개발주의적 권위주의의 전형적 사례로 자리잡았다. 이 시기 토지 귀족과 군부, 기술관료적 부르주아지의 동맹은 무어가 분석한 파시즘적 경로의 아시아적 변형으로 독해될 수 있다. 논문은 이러한 계급 동맹의 구성이 네덜란드 식민지배가 남긴 농업 구조—특히 자바(Java)의 지주-소작 관계와 수출작물 플랜테이션 체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음을 논증함으로써, 식민지 유산이 탈식민 정치체제 형성에 미친 구조적 규정력을 강조한다.

무어의 이론적 유산은 비교 정치학과 역사사회학 분야에서 오래도록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부르주아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No bourgeois, no democracy)'는 명제는 자본주의 발전과 민주화의 상관성을 주장한 근대화론적 명제의 계급분석적 버전으로 수용되는 한편,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다양한 민주화 경험을 설명하는 데 있어 그 한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인도네시아의 1998년 개혁(Reformasi)은 아시아 금융위기라는 외생적 충격 속에서 도시 중간계급과 학생운동, 이슬람 시민사회의 연대가 권위주의 체제를 붕괴시킨 사례로, 무어가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 시민사회의 행위능력과 외부 경제 충격의 역할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이 논문은 무어 이후의 이론적 축적—루에슈마이어(Rueschemeyer), 스티븐스(Stephens) 형제의 조직화된 노동과 민주화에 관한 연구, 오도넬(O'Donnell)과 슈미터(Schmitter)의 체제 전환론 등—과의 대화를 통해 인도네시아 사례가 기존 이론의 어디를 확인하고 어디를 수정하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한다.

개발협력 및 ODA 정책의 관점에서 이 연구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제 원조 기관들은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굿거버넌스를 개발의 선결 조건 또는 동반 목표로 설정해 왔으나, 이 논문이 제기하는 역사구조적 분석은 그러한 정책 처방의 단선성에 의문을 던진다.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민주화가 외부의 조건부 원조나 제도 이식에 의해 촉진된 것이 아니라, 내부 계급 역관계의 변화와 경제 위기가 맞물린 구조적 균열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원조 공여국과 국제개발기구들이 수원국의 정치체제 변화를 지원할 때, 단순한 민주주의 절차의 형식적 이식보다 사회경제적 구조 변환과 시민사회 역량 강화에 더 깊이 투자해야 함을 시사한다. 나아가 인도네시아가 현재 세계 최대 신흥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로 기능하면서도 과두 엘리트 지배, 포퓰리즘적 도전, 지역 분권화의 긴장을 안고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공고화가 단선적 과정이 아님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이 논문은 복수의 성찰 지점을 제공한다. 이론적 차원에서, 무어의 거시역사적 접근은 개별 행위자와 우발성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동시에 단기적 제도 설계론이나 주체 중심 전환론이 간과하기 쉬운 구조적 제약을 조명하는 불가결한 분석 도구로 남아 있다. 인도네시아 연구의 맥락에서는, 지역 간 불균등 발전—자바와 외부 도서 간의 경제·정치적 격차—이 민주주의의 질과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기존 계급 동맹을 어떻게 재편하는지가 후속 연구의 과제로 부상한다. 실무적 차원에서는, 이 연구가 제시하는 장기적 구조 분석의 관점이 개발 프로그램의 설계와 평가에 보다 깊이 통합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지원(democracy assistance)은 선거 관리나 법제도 정비를 넘어, 토지 관계, 계급 권력, 시민사회 조직화 역량이라는 심층 구조를 겨냥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 이 논문이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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