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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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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8-12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인도네시아의 독재와 민주주의로 이어진 경로를 배링턴 무어의 이론적 틀로 재해석하는 이 연구는, 비교정치 발전론의 관점에서 동남아시아의 정치변동을 새롭게 조명하는 학술적 기여를 제공한다. 1966년 배링턴 무어가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에서 제시한 세 가지 근대화 경로—부르주아 혁명을 통한 민주주의, 위로부터의 혁명을 통한 파시즘, 농민 혁명을 통한 공산주의—는 20세기 비교정치학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이 틀은 주로 서유럽과 아시아의 특정 사례(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인도)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식민 지배의 복잡한 유산과 냉전 질서가 중첩된 동남아시아의 사례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이 논문이 인도네시아를 무어의 분석 틀에 직접 적용한다는 점에서, 비교역사사회학의 지평을 확장하고 개발협력 및 민주주의 지원 정책에 새로운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연구의 핵심 주장은 인도네시아의 정치 궤적이 무어의 고전적 유형학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혼종적 경로를 밟아왔다는 데 있다. 수카르노의 '교도 민주주의'(Guided Democracy)로 대표되는 포스트식민 초기 국가 형성기, 수하르토의 신질서(New Order) 권위주의 체제(1966~1998), 그리고 1998년 레포르마시(Reformasi)로 촉발된 민주적 이행은 각각 무어가 상정한 단선적 경로와 상이한 계급 동학을 반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상업적 농업 계급과 도시 부르주아지 사이의 자율적 연대가 부재한 가운데, 군부-관료 복합체가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자본 축적의 주된 행위자로 기능하였다. 이러한 구조는 무어가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으로 강조한 '독립적 자본가 계급의 성장'과는 현저히 다른 조건 위에 민주화가 진행되었음을 시사한다. 논문은 이를 통해 무어 이론이 가진 서구 중심적 계급 분석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도, 계급 구조와 정치체제 변동 사이의 구조적 연관성이라는 핵심 명제는 여전히 유효한 분석 도구임을 확인한다.

인도네시아 사례는 ODA, 시민사회, 지역 정치경제의 복합적 흐름과 긴밀히 연결된다. 수하르토 체제하의 인도네시아는 냉전 구도 속에서 서방 주도의 개발 원조를 대규모로 수용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신질서 권위주의 체제의 경제적 정당성과 맞물려 작동하였다. 개발 원조가 권위주의 체제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했다는 역설은, ODA의 민주주의 조건부 원칙(conditionality)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반복적으로 인용된다. 1998년 민주화 이후에는 반대로 시민사회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거버넌스 원조가 급증하였으나, 탈중앙화 개혁과 지방 엘리트 포획(elite capture) 문제가 맞물리면서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보다는 형식적 절차의 정착에 그치는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무어의 계급 분석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민주화 이후에도 구 권위주의 엘리트와 신흥 지방 유력자들이 새로운 정치적 행위자로 재편되면서, 실질적 민주주의의 공고화보다는 과두제적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연구는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민주주의 지원을 위한 ODA 설계는 보편적 제도 이식보다 각국의 계급 구조와 역사적 경로에 대한 정밀한 이해를 전제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처럼 군부-관료-자본의 삼각 동맹이 오랫동안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을 동시에 장악해온 사회에서는, 선거 시스템이나 의회 기능 강화와 같은 절차적 민주화 지원만으로는 실질적 민주적 행위성(democratic agency)이 보장되지 않는다. 무어가 강조한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압력'과 '자율적 시민사회의 형성'이 실질적인 개혁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노동권 보호, 토지 소유 구조 개혁, 독립적 언론 환경 조성과 같은 구조적 개입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개발 원조의 담론적 틀이 민주주의를 경제 성장의 부산물이나 위협 요소로 다루는 방식을 경계해야 하며, 이는 냉전기 인도네시아 원조의 역사적 교훈에서 직접 도출된다.

연구자와 실무자를 위한 미래 지향적 시사점은 비교역사적 접근법의 재활성화에 있다. 배링턴 무어의 연구가 60년 전에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이 그것을 현재의 인도네시아 분석에 적용한다는 사실은, 고전 이론과 현실 정치 사이의 창조적 대화가 여전히 풍부한 학문적 생산성을 지닌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남아시아 지역 연구에서는 민주주의의 공고화 여부를 평가할 때 실절적 참여와 분배 구조까지 포함하는 두꺼운 민주주의(thick democracy) 개념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무어의 계급 분석은 엘리트 행동과 대중 동원 사이의 관계를 해석하는 유효한 렌즈를 제공한다. 향후 연구는 인도네시아 이외에도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 민주화와 권위주의 후퇴가 반복되는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비교 연구로 확장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지역 차원의 ODA 전략 수립과 시민사회 지원 정책에 실질적인 이론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이 이러한 비교정치경제적 접근을 개발협력 연구의 방법론으로 적극 수용함으로써, 형식적 지표 중심의 원조 평가를 넘어 구조적 변화를 추동하는 정책 제안의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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