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8-13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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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후정책이 전환적 거버넌스와 시장 메커니즘의 교차점에서 논의된다는 사실은, 오늘날 국제 개발협력 및 글로벌 정치경제 담론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기후변화 대응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발전 전략, 지정학적 경쟁,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의 재편을 규정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한 현 시점에서,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기후정책 궤적은 국제사회 전체의 관심사이다. 특히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달성과 2060년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이른바 '이중 탄소 목표(双碳目标)'를 공언한 중국의 전략은, 개발도상국의 녹색 전환 모델을 둘러싼 논쟁과도 직결된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논문은 중국 기후정책의 구조적 성격을 전환(transition), 거버넌스(governance), 시장(market)이라는 세 축을 통해 체계적으로 해부함으로써, 단순한 국별 사례 분석을 넘어 아시아 정치경제의 광범위한 변동을 독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논문의 핵심 분석은 중국의 기후정책이 국가 주도의 하향식 행정 명령과 시장 기반 유인 메커니즘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2021년 전국 단위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공식 출범시키며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시장을 구축하였으나, 이 시장은 유럽연합의 ETS와는 근본적으로 상이한 거버넌스 구조 위에 놓여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권한 배분, 국유기업의 시장 참여 방식, 그리고 검증(MRV: Monitoring, Reporting and Verification) 체계의 신뢰성 문제 등이 중국 기후 거버넌스의 구조적 한계로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동시에 논문은 '생태문명(生态文明)' 담론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에도 주목하는바, 이 개념이 단순한 환경 비전이 아닌 중국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는 정치적 기표로 작동한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러한 분석은 기후정책을 탈정치화된 기술·행정 문제로 환원하려는 주류 담론에 대한 중요한 반론을 제시한다.
이 연구의 논점은 ODA와 시민사회, 그리고 아시아 지역 정치경제의 거시적 흐름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우선, 중국의 기후정책 변화는 '일대일로(BRI)'를 통한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2021년 이후 중국 정부가 해외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공식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BRI의 녹색화 담론이 부상하였고, 이는 기존 서방 중심 ODA 체계와의 경쟁 및 협력 구도를 복잡하게 변주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녹색 개발금융이 수원국의 환경 거버넌스 역량 강화와 시민사회 참여를 어느 수준에서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국제개발협력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일본, 한국, 인도 등 주요 경제권이 각자의 녹색 전환 전략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의 기후정책 방향은 역내 규범 형성과 기술 표준 설정에 강력한 구조적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 점에서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 연구는 단순한 국별 연구를 초월하여 아시아 정치경제의 동학을 이해하는 핵심 창구가 된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논문은 기후 거버넌스 설계에 있어 제도적 맥락과 정치경제적 구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서방의 경험에서 도출된 탄소시장 모델이나 규제 메커니즘이 중국과 같이 강력한 국가 자본주의 전통을 가진 체제에서 어떻게 굴절되고 재구성되는지를 추적하는 작업은,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보편성과 맥락 특수성 사이의 긴장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기후 전환을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각국의 정치경제적 특수성과 거버넌스 역량을 정밀하게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 연구는 강조한다. 중국 사례는 기후 금융 조달 방식, 기술 이전 메커니즘, 그리고 국내 탄소 규제와 무역정책의 연계(예컨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중국의 대응) 등 구체적인 정책 설계 영역에서도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
실무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이 연구는 몇 가지 중요한 방향을 시사한다. 연구자의 관점에서, 중국 기후정책의 분석은 비교정치경제학과 환경 거버넌스 연구의 교차점에 위치하며, 국가-시장-사회 관계의 이론화를 위한 풍부한 경험적 자료를 제공한다. 특히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환경 정치, 국가 자본주의와 녹색 전환의 양립 가능성, 그리고 글로벌 기후 레짐 내에서의 남남협력 규범 형성 문제 등은 향후 활발한 학술 논의가 요청되는 영역이다. 실무자의 관점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이 중국과의 기후 협력 및 ODA 전략을 수립할 때 이 논문이 제시하는 구조적 분석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이 국제 개발협력의 불가결한 축으로 자리잡은 현실에서,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 실험이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이를 한국의 개발협력 정책 설계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작업이 시급히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