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8-14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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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가 국제 정치경제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오늘날,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기후 정책은 단순한 환경 문제를 초월하여 글로벌 거버넌스와 개발협력 질서 전반을 재편하는 구조적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2020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엔총회에서 선언한 '이중 탄소 목표(雙碳目標)', 즉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도달과 2060년 탄소 중립 실현은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가 수사적 차원을 넘어 국가 발전 전략과 긴밀히 결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논문은 중국 기후 정책의 전환(transition), 거버넌스(governance), 시장(market)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중국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내포하는 정치경제적 함의를 정밀하게 해부한다. 이는 개발협력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중국의 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독해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문적 기여를 지닌다.
논문의 핵심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단선적인 녹색 전환이 아니라, 국가 권위주의적 발전 모델과 시장 메커니즘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하이브리드 거버넌스 구조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데 있다. 2021년 출범한 중국 국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全國碳市場)는 이 긴장의 가장 가시적인 표현이다. 표면적으로는 시장 기반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으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국가 계획 논리가 강력히 개입하여 배출 상한선 설정, 무상 할당 비율, 검증 체계 등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형성된다. 논문은 이러한 국가-시장 관계의 불균형이 탄소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민간 부문의 혁신 유인을 제한하는 구조적 한계를 야기함을 분석한다. 또한 지방 정부의 성장 우선주의와 중앙의 기후 목표 사이의 수직적 거버넌스 갈등, 그리고 부처 간 관할권 경쟁이 정책 이행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러한 분석은 중국 기후 거버넌스의 외양과 실질 사이의 간극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중국의 기후 정책 전환은 개발도상국을 향한 ODA 및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 흐름과도 긴밀히 연동된다. 일대일로(BRI) 프레임워크 내에서 중국이 추진해 온 에너지 인프라 투자는 석탄 화력발전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공식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 투자 포트폴리오의 녹색화 속도는 더디다는 비판이 국제사회에서 제기되어 왔다. 이 논문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 모델이 수원국에 이식되는 방식, 즉 거버넌스 이전(governance transfer)의 문제를 제기한다. 중국식 국가 주도 기후 시장 모델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의 수원국 맥락에 적용될 때, 해당 지역의 시민사회 참여 공간이 어떻게 협소해지거나 재구성되는지에 대한 분석은 ODA 연구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시사점을 지닌다. 공여국으로서 중국의 기후 개발협력은 전통적인 OECD-DAC 규범과는 상이한 원칙으로 운영되며, 이는 글로벌 개발 규범의 다극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논문은 기후 거버넌스의 설계와 이행 사이의 제도적 간극을 메우기 위한 복수의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탄소 시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데이터 검증 체계와 투명한 감독 기구의 설립이 선결 과제임을 강조한다. 중국 탄소 시장 초기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데이터 조작 스캔들은 신뢰 가능한 측정·보고·검증(MRV) 체계 없이는 시장 메커니즘 자체가 형식화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둘째, 기후 전환의 사회적 비용, 특히 석탄 의존 지역 노동자와 공동체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셋째, 시민사회와 비정부 행위자들의 기후 거버넌스 참여가 지속적으로 제한되는 중국의 정치 환경은 장기적으로 기후 정책의 사회적 정당성과 이행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권위주의 체제 하의 기후 거버넌스 연구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변수임을 논문은 시사한다.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를 위한 미래 지향적 시사점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수렴된다. 우선 학문적으로는, 기존의 자유주의적 환경 거버넌스 이론이 중국과 같은 비서구적 국가 자본주의 체제의 기후 전환을 설명하는 데 갖는 분석적 한계를 인식하고, 비교 정치경제학적 접근과 지역학적 맥락화를 결합한 새로운 분석 프레임의 개발이 필요하다. 기후 정책을 순수한 환경 문제가 아닌, 국가의 정당성 확보, 산업 구조조정, 지정학적 경쟁이 교차하는 복합적 장(場)으로 이해하는 정치경제학적 시각이 요청된다. 실무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개발협력 공여국들이 중국과의 기후 ODA 협력 또는 삼각협력을 모색할 때, 단순한 기술 이전이나 재정 지원을 넘어 수원국의 거버넌스 역량 강화와 시민사회 참여 공간 확보를 병행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이 불가결하다. 중국의 기후 정책 경험은 성공 모델이기도 하고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 시장을 단기간에 구축한 중국의 역량은 주목할 만하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거버넌스의 취약성과 시민 참여의 제약은 지속 가능한 기후 전환의 조건에 대한 보편적 질문을 다시금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