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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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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8-16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바링턴 무어(Barrington Moore Jr.)의 고전적 비교역사사회학 저작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Social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 1966)은 출판된 지 반세기가 넘었음에도 여전히 비교정치학과 개발론의 핵심 준거로 기능하고 있다. 무어는 근대화 과정에서 계급 연합의 구조—특히 부르주아지, 지주 계급, 농민층 사이의 역학 관계—가 국가를 민주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가운데 어느 경로로 이끄는지를 결정짓는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유명한 명제인 "부르주아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no bourgeois, no democracy)는 오늘날에도 민주화 연구에서 빈번히 인용되는 테제이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최근 게재된 논문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는 바로 이 무어적 분석틀을 인도네시아의 역사적 경험에 적용하여, 동남아시아 최대 국가의 권위주의적 굴절과 민주적 이행을 재검토한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G20 회원국인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경로를 고전 이론의 시각으로 해부하는 이 연구는, 현재 글로벌 민주주의의 후퇴(democratic backsliding)가 논의되는 국제 정치경제적 맥락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논문의 핵심 분석 대상은 인도네시아가 경험한 두 개의 역사적 분기점, 즉 수카르노(Sukarno)의 이른바 '교도민주주의'(Guided Democracy)로의 전환과 1965~66년 쿠데타 이후 수하르토(Suharto) 신질서(New Order) 체제의 수립, 그리고 1998년 개혁(Reformasi)을 통한 민주적 이행이다. 무어의 분석틀에서 민주주의로의 경로는 독립적이고 역동적인 상업 부르주아지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식민지 유산으로 인해 토착 부르주아지의 자율적 성장이 억압되었고, 자원 수출(석유·고무·팜유)에 의존하는 렌티어적 경제 구조는 특정 계급이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경제 기반을 형성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방해하였다. 논문은 이러한 계급적 조건의 결핍이 신질서 체제의 장기 지속을 가능케 한 구조적 배경임을 논증하면서, 동시에 무어가 충분히 이론화하지 못한 군부(military)의 독자적 역할—인도네시아에서 군부는 단순한 억압 기제가 아니라 국가 건설 및 경제 관리의 주체로 기능하였다—을 개념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는 무어의 비교역사사회학적 방법론의 설명력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는 생산적인 이론적 개입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가 지닌 학술적 의의는 단순히 고전 이론의 재검토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의 민주화 이후 경로—특히 조코위(Joko Widodo) 정부 시기의 민주주의적 공간 축소 징후와 2024년 이후 프라보워(Prabowo Subianto) 정부의 등장—는 무어가 예측한 '민주주의의 안정적 공고화'가 얼마나 조건 의존적인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시민사회(civil society)의 관점에서 보면, 개혁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NGO와 시민단체의 성장은 민주주의적 거버넌스의 확산 기제로 작동하기도 하였으나, 동시에 국가의 규제와 코옵테이션(co-optation) 전략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 이는 ODA 공여국과 국제개발기구들이 시민사회 강화를 민주화 지원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 온 담론과 실천에 대한 근본적 재고를 요구한다. 무어적 시각에서 보면, 경제 구조와 계급 관계의 변혁 없이 '위로부터의 민주주의 지원'이 지속 가능한 민주적 공고화를 이끌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논문은 ODA 및 민주주의 지원(democracy assistance)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실무자들에게 중요한 경고를 제공한다. 인도네시아 사례는 제도적 민주주의의 외관(선거, 의회, 정당 체계)이 실질적 민주주의적 실천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무어가 강조한 계급 역학의 관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면, 오늘날의 맥락에서는 토지 개혁과 같은 분배적 정의의 문제, 디지털 경제의 확산이 새로운 부르주아 계층 혹은 과두 계층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국내 계급 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한다. 국제사회의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지원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거 기술 지원이나 시민사회 단체 보조금 지원을 넘어 경제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초점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가 제시하는 핵심 정책 메시지이다.

미래 연구와 실무를 위한 시사점으로, 이 논문은 비교역사사회학적 방법론의 동남아시아 전반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 유사한 식민지 경험과 자원 의존적 경제 구조를 공유하는 국가들에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진동이 반복되는 현상을 무어의 분석틀로 설명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이론적 보완이 필요한지를 탐구하는 비교 연구의 축적이 요청된다.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에는, 이 논문이 제기하는 계급-국가-민주주의의 삼각 관계를 한국의 ODA 정책 및 아세안(ASEAN) 지역 협력 전략과 연결하는 후속 연구가 의미 있는 학술적·실천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은 권위주의적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를 경유하여 민주화를 달성한 경험을 가진 국가로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에 무어적 의미의 '민주화 경로'에 관한 비교론적 교훈을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이 연구는 그러한 비교론적 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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