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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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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8-18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바링턴 무어(Barrington Moore Jr.)의 고전적 저작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1966)은 근대 정치체제 형성에서 계급 구조와 계급 동맹의 역할을 분석한 비교정치학의 이정표적 텍스트다. 그의 핵심 명제 — "부르주아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 는 서구 중심적 근대화론에 맞서 역사적 경로 의존성과 사회 세력 간 역학관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논문은 무어의 분석틀을 인도네시아라는 탈식민 신생국에 적용함으로써, 반세기가 넘도록 학계를 지배해온 이 이론의 보편성과 그 한계를 동남아시아라는 구체적 맥락 속에서 재검토한다. 이는 단순한 사례 연구를 넘어, 개발도상국의 정치적 궤적을 이해하는 데 있어 비교역사사회학이 여전히 유효한 분석 도구임을 재확인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무어의 이론적 틀은 세 가지 경로를 제시한다. 첫째, 강력한 상업 부르주아지가 지주 귀족과 결별하고 농민을 배제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부르주아 혁명'(영국, 프랑스, 미국). 둘째, 취약한 부르주아지가 국가와 지주 엘리트에 종속되어 파시즘으로 귀결되는 '위로부터의 혁명'(독일, 일본). 셋째, 억압받은 농민이 혁명적 동원의 주체가 되어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경로(중국, 러시아)이다. 이 논문이 제기하는 핵심 질문은 인도네시아가 이 세 경로 중 어디에 위치하는가, 혹은 이 분류 체계 밖에 존재하는가이다. 인도네시아는 식민지 유산 위에 수카르노의 '교도민주주의(Guided Democracy)', 수하르토의 '신질서(Orde Baru)' 권위주의를 거쳐 1998년 개혁(Reformasi)을 통해 민주적 전환을 이룬 복합적 사례다. 이 논문은 무어가 거의 다루지 않았던 탈식민 국가의 계급 형성 과정과 군부의 정치적 역할을 분석틀 내로 끌어들임으로써 이론의 적용 범위를 확장한다.

인도네시아의 정치경제적 궤적을 무어의 시각으로 독해할 때 가장 주목되는 변수는 계급 구조의 취약성과 군부의 자율성이다. 네덜란드 식민 통치는 토착 상업 부르주아지의 성장을 억제했고, 농촌 지역에는 봉건적 지주 계급 대신 식민 국가에 종속된 중간 계층을 남겨두었다. 독립 이후 수카르노 정권 하에서 계급적 갈등은 이념적·종족적 균열로 전환되었으며, 군부(ABRI)는 'dwifungsi(이중기능)' 원칙 아래 경제 관리자이자 정치적 중재자로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했다. 수하르토의 신질서는 무어가 상정한 '위로부터의 혁명' 모델과 유사하게, 취약한 부르주아지와 군부-관료 엘리트의 동맹 위에 발전주의 권위주의를 구축했다. 그러나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촉발된 민주화는 무어의 고전적 도식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로였다. 이는 국제 금융기구의 조건부 지원, 도시 중산층과 학생 운동의 연대, 그리고 일부 지역 엘리트의 이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구조적 계급 동맹보다 정치경제적 위기 국면에서의 행위자 선택이 결정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ODA 및 민주적 거버넌스 지원이라는 정책 영역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무어의 틀을 통해 인도네시아 사례를 재해석하면, 민주주의는 단선적 발전의 자연적 귀결이 아니라 특정한 계급 역학과 역사적 조건의 산물임이 명확해진다. 이는 외부 행위자(공여국, 국제기구)의 민주주의 지원 프로그램이 표준화된 '굿 거버넌스' 처방전을 적용하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한다. 인도네시아처럼 강력한 군부 전통, 취약한 시민사회, 분산된 계급 구조를 지닌 국가에서의 민주적 공고화는 서구적 경험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도적·사회적 조건을 필요로 한다. 특히 지방분권화 이후 지역 엘리트와 금권 정치(oligarchy)의 결합이 민주주의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급과 권력 구조에 대한 구조적 분석 없이는 효과적인 민주화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또한 이 논문은 인도네시아의 사례가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공존 가능성이라는 광범위한 논쟁과 맞닿아 있음을 시사하며, 종교적 시민사회의 역할이 계급적 분석틀을 보완하는 변수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무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이 논문이 제시하는 미래 지향적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탈식민 국가의 정치체제 변동을 분석하는 데 있어 서구 중심적 이론의 수정 및 확장이 요구된다. 무어의 틀은 여전히 강력한 분석 도구이지만, 식민지 유산, 군부의 역할, 종교 공동체의 정치적 기능, 국제 경제 충격과 같은 변수들을 체계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둘째,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조코 위도도(Jokowi) 이후 시대에 민족주의적 포퓰리즘과 올리가르키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 후퇴(democratic backsliding)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개발협력 실무 차원에서는 시민사회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단순한 제도 이식을 넘어, 해당 사회의 계급 동학과 권력 관계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를 가진 민주주의 국가로서 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그 경험은 유사한 역사적 조건을 공유하는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 소중한 비교 준거가 될 것이다. 이 연구가 무어의 고전을 현재의 문제의식과 접합시킨 것은, 비교역사사회학이 단순한 학문적 유산을 넘어 동시대 정치경제 분석의 살아 있는 도구임을 재확인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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