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8-19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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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후 정책은 단순한 환경 거버넌스의 문제를 넘어, 국가 주도 발전 모델의 근본적 전환과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 재편이라는 복잡한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중국은 2030년 탄소 피크, 2060년 탄소중립이라는 '이중탄소 목표(双碳目标)'를 공식화하며 기후 거버넌스의 핵심 행위자로 부상하였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 연구는 이러한 전환기적 국면에서 중국의 기후 정책이 국가 거버넌스 구조, 시장 메커니즘, 그리고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아시아 정치경제 연구에 있어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본 연구의 핵심 주장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단일한 국가 의지의 발현이 아니라, 중앙 정부의 하향식 지령과 지방 정부 및 시장 행위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충돌하고 협상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에 있다. 탄소배출권거래제(ETS)의 전국 확대, 재생에너지 보조금 체계의 재편, 그리고 녹색 금융 시장의 제도화는 모두 국가가 시장을 도구로 삼아 기후 전환을 추동하려는 시도이지만, 동시에 지방 정부의 성장 우선주의, 에너지 집약 산업의 저항, 금융 부문의 수익 논리 등 복수의 구심력과 원심력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연구는 전환(transition), 거버넌스(governance), 시장(market)이라는 세 축을 통해 이러한 복합성을 분석적으로 해부하며, 중국 기후 정책의 내적 긴장과 구조적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ODA 및 국제 개발협력의 맥락에서 볼 때, 이 연구는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 변화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분석틀을 제공한다. 중국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석탄 발전소를 비롯한 탄소 집약적 프로젝트들이 수원국의 에너지 시스템에 깊이 뿌리내렸다. 중국 국내의 '녹색 전환' 담론이 강화되면서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의 재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동시에 기존 수원국들의 에너지 전환 부담과 부채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 시민사회의 관점에서는, 중국 국내 기후 거버넌스에서 NGO와 환경 단체의 역할이 여전히 제한적이며, 이러한 시민사회 배제 구조가 정책의 실효성과 투명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주요한 연구 쟁점으로 부각된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연구는 여러 층위의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탄소시장의 제도적 정합성 문제이다. 중국의 전국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이지만, 배출권 할당의 불투명성, MRV(측정·보고·검증) 체계의 취약성, 시장 유동성의 부족 등 구조적 결함이 지속적으로 지적된다. 이는 기후 금융 메커니즘의 설계와 국제 탄소시장 연계를 논의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변수이다. 둘째, 성장-기후 딜레마의 정치경제학이다.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여전히 GDP 성장률을 핵심 성과 지표로 삼는 행정 인센티브 구조 속에 놓여 있으며, 이는 탈탄소화 목표와 구조적으로 충돌한다. 이 연구는 이러한 제도적 불일치가 기후 전환의 속도와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실무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이 연구가 제시하는 미래 지향적 시사점은 명확하다. 우선 개발협력 실무자들은 중국발 기후 전환이 단선적이거나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을 것임을 인식하고, 파트너 국가들의 에너지 시스템 취약성과 의존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리스크 분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공여국들은 중국과의 기후 협력 공간을 탐색하되, 거버넌스 투명성과 시민사회 참여 확대를 조건으로 한 조건부 협력의 논리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에게는 중국의 기후 거버넌스를 비교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하는 작업, 특히 권위주의적 환경 거버넌스와 민주적 기후 정치의 성과를 비교하는 연구 의제가 더욱 긴요해지고 있다. 이 논문은 그러한 비교 연구의 탄탄한 이론적·경험적 토대를 제공하는 작업으로서, 아시아 정치경제 및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연구 공동체에 중요한 기여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