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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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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9-06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흥 민주주의 국가이자 자원 렌트에 기반한 경제 구조를 지닌 대표적 사례로, 개발협력과 정치경제 연구자들에게 오랫동안 핵심적인 분석 대상이 되어 왔다. 최근 국제 개발 담론이 형식적 민주주의 지표의 개선을 넘어 "누가 실질적으로 권력과 부를 통제하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리처드 로비슨(Richard Robison)의 회고적 성찰 논문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는 이러한 흐름에 시의적절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 글은 저자가 1970년대 초 수하르토 신질서(New Order) 체제의 부상을 연구하던 당시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의 고전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을 접하며 자신의 분석틀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를 되짚는 지적 자서전이자, 그 이론적 유산을 인도네시아 현대사에 재적용하는 시도다.

로비슨 논문의 핵심 명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도네시아의 현대 자본주의 질서는 아래로부터의 부르주아 혁명이나 위로부터의 중앙집권적 행정국가 건설을 통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렌티어 국가(rentier state)에 내재된 과두적(oligarchic) 지배 체계를 통해 구축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자원 수출에 기반한 지대 추구 경제가 근대적 계급 형성 경로를 왜곡시켜, 서구식 근대화 이론이 전제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로의 이행 경로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둘째, 이렇게 형성된 과두 지배 체계는 단순한 기술적 제도 개혁이나 주기적 경제 위기만으로는 해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력한 기득권 세력이 민주적 제도 자체를 포획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전환시키기 때문에, 형식적 선거 민주주의의 도입이 반드시 실질적 권력 구조의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다. 이는 무어가 냉전기 근대화 이론이 전제했던 단선적 발전 경로 대신,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벌어지는 계급 간·세력 간 권력 투쟁의 결과로서 정치체제의 분기(分岐)를 설명했던 방법론을 인도네시아라는 구체적 사례에 이식한 결과다.

이러한 분석틀은 ODA와 시민사회 연구가 오랫동안 씨름해 온 딜레마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공여국과 국제기구들은 종종 제도적 역량 강화, 선거 지원, 반부패 개혁 등 기술관료적 처방을 통해 수원국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증진하려 하지만, 로비슨의 논지에 따르면 이러한 개입은 지배 엘리트가 새로운 제도적 자원을 자신들의 과두적 지배를 재생산하는 도구로 흡수해버릴 경우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인도네시아의 지방분권화, 반부패위원회(KPK) 설립, 다당제 선거 도입 등 1998년 개혁 이후의 제도적 변화가 과두 세력의 정치자금 네트워크와 지대 배분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하지 못했다는 다수의 기존 연구들과도 이 논문의 문제의식은 궤를 같이한다. 또한 이는 동남아시아 전반의 정치경제 흐름—필리핀의 정치 왕조, 태국의 군부-재벌 연합, 말레이시아의 종족적 지대 배분 정치—과 비교할 때, 렌티어 자본주의와 과두 지배의 결합이 특정 국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지역 차원의 구조적 패턴임을 시사한다.

정책 실무 및 연구 방법론 양 측면에서 이 논문이 갖는 함의는 뚜렷하다. 정책적으로는, 원조 공여국과 국제 시민사회 지원 기관들이 거버넌스 개혁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형식적 제도 지표(선거 실시 여부, 법령 정비 여부)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해당 개혁이 실제로 지대 배분 네트워크와 엘리트 카르텔의 이해관계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하는지를 진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연구 방법론 측면에서는, 근대화 이론의 잔재—경제 성장이 자동으로 민주적 제도화를 수반한다는 가정—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무어식 비교역사사회학의 계급-국가 관계 분석을 개발도상국 정치체제 연구에 다시 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는 최근 학계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정치적 정착(political settlement) 이론이나 신제도주의 정치경제학의 문제의식과도 연결되며, 국가별 사례 연구를 넘어선 비교론적 축적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실무자와 연구자를 위한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논문은 두 가지 방향의 후속 작업을 제안한다. 하나는 무어의 고전적 계급 분석 틀을 21세기 디지털 경제, 초국적 자본 이동, 기후변화 대응 자금 등 새로운 지대 창출 메커니즘에 어떻게 확장 적용할 것인가라는 이론적 과제이며,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시민사회 행위자들이 과두적 지배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구체적 정치적 공간—노동운동, 지역 기반 사회운동, 디지털 공론장 등—을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경험적 과제다. IOCSS와 같은 개발협력·시민사회 연구 기관의 입장에서, 로비슨의 성찰은 단순한 학사(學史)적 회고에 그치지 않고, 원조 효과성 논의와 민주주의 지원 프로그램의 근본 전제를 재점검하도록 요구하는 이론적 경고로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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