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9-07
분류: 아시아 정치경제 | 키워드: china, governance, polic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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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후정책은 지난 십여 년간 국제 개발협력과 세계 정치경제 지형을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해 왔다. 2020년 시진핑 주석이 유엔총회에서 2030년 탄소배출 정점과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중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단순한 국내 환경 의제를 넘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향방을 좌우하는 변수로 취급되고 있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기후정책을 전환(transition), 거버넌스(governance), 시장(market)이라는 세 축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국가주도 발전모델이 어떻게 탄소중립이라는 지구적 의제와 접합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시의성이 크다.
이 연구가 다루는 핵심 문제의식은 중국의 기후정책이 서구식 시장 중심 규제와도, 전통적인 계획경제식 통제와도 구분되는 독자적인 혼합 거버넌스 양식을 형성하고 있다는 데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국 탄소배출권거래제(ETS)의 도입과 확대,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가 주도 투자, 그리고 지방정부와 국유기업 간의 이행 책임 분산 구조는 시장 메커니즘이 당-국가 체제의 통제 아래에서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통제된 시장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중앙정부의 정책 목표가 지방 단위의 실행 과정에서 어떻게 굴절되고 재해석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 집행의 편차와 지대추구 행위가 기후 거버넌스의 실효성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석은 ODA 및 국제개발 논의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중국은 이제 기후 재원의 수원국이 아니라 일대일로(BRI)를 통한 그린 인프라 수출국이자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의 국내 기후 거버넌스 모델—국가자본과 시장기제의 결합, 중앙-지방 간 목표 할당 방식—은 개발도상국에 수출되는 정책 패키지의 원형이 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서구 공여국 중심의 기후재원 및 그린 ODA 체제와 경쟁하거나 병존하는 대안적 거버넌스 모델로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러한 국가주도 전환 모델에서 시민사회와 독립적 감시기구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정책의 투명성과 책무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아시아 지역 정치경제 전반에 걸친 시민사회 공간 축소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연구는 기후정책을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국가 통치성과 산업정책이 결합된 통치 기술로 재해석할 것을 요청한다. 이는 국제사회가 중국을 기후 협상의 파트너로 대할 때, 배출목표 수치 이면에 있는 거버넌스 구조와 시장 유인의 정합성을 함께 평가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탄소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이 국가의 산업정책적 개입에 의해 제약되는 구조는, 시장 기반 기후정책이 권위주의적 국가자본주의 맥락에서 어떻게 변형되어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비교정치경제학적 사례로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가주도 발전모델을 공유하는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기후정책 설계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연구자와 실무자에게 이 논문이 제기하는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중국식 혼합 거버넌스 모델이 다른 개발도상국 맥락에 이식될 때 나타나는 제도적 변용을 추적하는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그린 ODA 및 기후재원 공여 체계를 설계하는 실무자들은 수원국의 국내 거버넌스 구조가 시장 기반 기후정책의 실효성을 어떻게 매개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정책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 행위자들에게는 국가 주도 전환 과정에서 배제되기 쉬운 지역사회와 노동자 집단의 목소리를 정책 담론에 통합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연구는 아시아 정치경제 연구자들에게 기후 거버넌스와 국가-시장 관계에 대한 새로운 분석틀을 제시하는 유의미한 기여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