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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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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9-09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조사 결과, 논문 저자는 리처드 로비슨(Richard Robison, 멜버른대 아시아연구소)이며 이 글은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의 "Looking Back, Going Forward" 시리즈에 실린 것으로, 배링턴 무어의 고전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을 인도네시아 사례에 적용해 자신의 기존 연구를 회고적으로 재해석한 논평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분석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배링턴 무어는 근대 세계로 이행하는 경로가 단일하지 않으며, 봉건적 계급 구조와 국가 권력, 신흥 부르주아지 사이의 역사적 관계에 따라 부르주아 민주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서로 다른 결과로 귀결된다는 비교역사사회학의 고전적 명제를 제시한 바 있다. 리처드 로비슨이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기고한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는 이 이론적 유산을 인도네시아라는 구체적 사례에 되비추어, 오늘날 국제 개발 담론이 마주한 근본적 질문—왜 시장 자유화와 제도 개혁이 반드시 민주주의의 심화로 이어지지 않는가—에 다시 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시의성이 크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수의 개발도상국에서 형식적 선거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에도 실질적 권력 구조의 재편은 정체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 논문은 그 원인을 제도의 미비가 아닌 자본주의 발전 경로 자체의 구조적 특성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로비슨의 핵심 주장은 인도네시아의 근대 자본주의 사회가 서구적 의미의 부르주아 혁명이나 강력한 중앙 행정국가에 의한 위로부터의 근대화를 거치지 않고, 지대추구형 국가(rentier state)에 내재된 일종의 과두 지배 체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데 있다. 이러한 과두 세력은 수하르토의 신질서(New Order) 체제하에서 국가 자원과 특권적 지대에 대한 접근을 독점하며 성장했고, 1998년 체제 전환 이후에도 해체되지 않은 채 민주적 제도와 시장 기구 내부로 스스로의 기득권 구조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로비슨은 이러한 지배 체계가 기술관료적 개혁이나 제도적 개선, 심지어 반복되는 경제 위기에 의해서도 쉽게 해체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권력을 유지하는 강력한 집단이 위기와 개혁의 국면마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새로운 제도적 틀 안으로 재배치할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민주화가 반드시 과두적 자본 지배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지배 구조가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적 외피를 통해 재생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통찰이다.

이러한 분석은 ODA와 개발협력 담론이 오랫동안 전제해 온 선형적 근대화 가설, 즉 경제 성장과 시장 개혁이 자연스럽게 다원적 정치 질서와 시민사회의 성숙으로 이어진다는 가정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국제 원조 공여국과 다자개발기구들이 거버넌스 개혁, 반부패, 제도 역량 강화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지원해 온 다수의 프로그램들은 정치경제적 권력 구조를 소여로 전제한 채 기술적 처방에 치중해 온 측면이 있는데, 로비슨의 무어적 접근은 이러한 개혁 프로그램이 근본적인 과두 지배 구조와 충돌하지 않는 한 형식적 성과에 그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아울러 이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전반에서 관찰되는 정치적 가문·재벌 네트워크와 선거 민주주의의 공존 현상, 그리고 시민사회 조직들이 형식적 자유는 확대되었음에도 실질적 권력 재분배에는 제한적 영향력만을 행사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로 확장될 수 있다.

정책적 관점에서 이 논문이 갖는 함의는 개발협력 전략이 제도 설계 자체보다 그 제도가 내장되는 정치경제적 권력 지형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점으로 요약될 수 있다. 반부패 법제나 선거 제도의 정비와 같은 개혁이 과두적 이해관계 집단에 의해 오히려 그들의 지대추구 활동을 정당화하거나 우회하는 수단으로 전유될 위험을 고려할 때, 공여기관과 연구자들은 개혁의 형식적 도입 여부를 넘어 그것이 실제 권력관계에 미치는 재분배 효과를 평가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한 시민사회 지원 프로그램 역시 조직의 수나 활동 범위와 같은 양적 지표보다, 해당 조직들이 과두적 네트워크에 대한 견제력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연구자와 실무자들에게 이 논문은 배링턴 무어식 비교역사사회학의 방법론이 결코 낡은 것이 아니라, 오늘날 신흥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정체 현상을 진단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분석 도구임을 환기시킨다. 향후 연구는 인도네시아 사례에서 확인된 지대추구형 과두 지배의 재생산 메커니즘이 다른 동남아시아 및 개발도상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 그리고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개입이 이러한 구조적 관성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 경로가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이론적 프레임을 원조 효과성 평가와 시민사회 역량 강화 사업의 설계에 접목함으로써, 형식적 민주주의 지표를 넘어 실질적 권력 구조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분석 틀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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