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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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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9-10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원문(리처드 로비슨, 멜버른대학교 Asia Institute,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Looking Back, Going Forward" 시리즈 기고글)을 확인한 뒤 아래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치경제의 장기적 궤적을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의 고전적 비교역사사회학 틀로 재조명한 리처드 로비슨(Richard Robison, 멜버른대학교 Asia Institute)의 연구는, 개발도상국의 민주주의 이행과 권위주의 지속이 단순히 제도 설계나 경제 성장의 산물이 아니라 훨씬 깊은 사회구조적 뿌리를 가진다는 점을 다시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현재의 국제 개발 논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냉전 종식 이후 확산된 근대화론적 낙관, 즉 시장경제와 선거 제도만 이식되면 민주주의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는 가정이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반복적으로 좌절되어온 현실 속에서, 무어의 고전을 인도네시아 사례에 재적용한 이 작업은 왜 특정 사회에서 과두적 지배 질서가 형식적 민주화 이후에도 좀처럼 해체되지 않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적 자원을 제공한다.

로비슨은 자신이 1970년대 초 수하르토 신질서(New Order) 체제의 등장을 연구하던 과정에서 무어의 저작을 발견하며 근대화론을 넘어서는 분석의 문을 열게 되었다고 밝히면서, 인도네시아 근대 자본주의의 형성 경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아래로부터의 부르주아 혁명이나 중앙집중식 행정국가에 의한 위로부터의 혁명, 또는 시장 효율성의 보편적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대국가에 내재된 과두적 지배 체계에 의해 형성되었다." 나아가 이러한 지배 체계의 견고함에 대해 그는 "이것은 기술료적 명령, 제도 개혁, 또는 경제 위기에 의해 임의로 변경될 수 없는 통치 체계였는데, 왜냐하면 민주화 및 시장 제도를 식민화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신의 강력한 기득권을 가진 사회 질서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인도네시아의 자본주의는 고전적인 부르주아 주도형 경로도, 국가 주도형 위로부터의 혁명 경로도 아닌 지대 추구형 과두 지배 경로를 따랐으며, 이 지배연합은 이후의 민주화 과정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포섭·활용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 핵심 논지다.

이러한 분석은 ODA와 시민사회 연구에 직접적인 함의를 지닌다. 공여국과 국제기구들이 오랫동안 원조 조건성, 거버넌스 개혁, 반부패 프로그램을 통해 수원국의 제도적 투명성을 높이려 해왔지만, 로비슨의 논지를 따르면 이러한 개입은 지대국가에 뿌리내린 과두 지배연합이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메커니즘 자체를 건드리지 못한 채 표면적 제도 변화에 그칠 위험이 크다. 이는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선거 민주주의의 정착에도 불구하고 토지, 자원 채굴, 공공조달을 둘러싼 지대 배분 구조가 고착되고 시민사회의 감시·개혁 요구가 지배 엘리트에 의해 흡수되거나 무력화되는 현상과 맥을 같이한다. 결국 형식적 민주주의 지표의 개선과 실질적 권력 구조의 재편은 별개의 문제이며, 이 지점이 바로 지역 정치경제 연구가 최근 주목하는 "포획된 민주주의(captured democracy)" 담론과 공명한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연구는 원조 및 개발협력 기관들이 거버넌스 지표나 선거 절차의 형식적 준수를 넘어, 각국의 자본 축적 경로와 지배연합의 사회적 기원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즉 획일화된 제도 개혁 처방보다는 각 사회의 역사적 계급 구조와 지대 배분 메커니즘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IOCSS와 같은 연구기관이 개별 국가의 정치경제사를 비교사회학적으로 축적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적 중요성으로는, 무어의 비교역사사회학이 여전히 유효한 분석 도구임을 21세기 동남아시아 사례로 입증했다는 점, 그리고 근대화론이나 신제도주의 경제학이 놓치기 쉬운 '지배연합의 적응력'이라는 변수를 전면에 부각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무자와 연구자를 위한 시사점으로는, 향후 개발협력 프로그램 설계와 시민사회 지원 전략이 형식적 민주주의 제도의 이식이 아니라 지대 배분 구조와 과두 지배연합의 재생산 메커니즘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이 꼽힌다. 아울러 무어의 틀을 21세기 동남아시아, 나아가 다른 지역 개발도상국 사례에 적용하는 비교연구가 후속 과제로 요청되며, 이는 원조 효과성 평가와 시민사회 역량강화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분석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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