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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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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9-13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인도네시아 현대사를 관통하는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갈림길은 오늘날 동남아시아 정치경제 연구에서 여전히 핵심적인 화두로 남아 있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의 "Looking Back, Going Forward" 시리즈에 실린 리처드 로비슨(Richard Robison, 멜버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의 논문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는 냉전기 근대화 이론의 틀을 넘어, 인도네시아의 정치체제 변동을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권력과 부를 둘러싼 계급 갈등의 산물로 재해석한다. 이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친 인도네시아 정치경제 분석이 어떻게 이론적으로 진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지적 계보학의 성격을 띤다.

로비슨의 핵심 주장은 두 갈래로 요약된다. 첫째, 인도네시아의 근대 자본주의 사회는 부르주아 혁명이나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렌티어 국가(rentier state) 내부의 과두적 지배(oligarchic domination)를 통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이렇게 형성된 권력 구조는 기술관료적 개혁이나 경제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에도 좀처럼 해체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이 체제가 "민주적 제도와 시장 제도를 식민화하고 전유할 수 있는 강력한 기득권을 가진 하나의 사회질서(a social order with its own powerful vested interests able to colonise and harness democratic and market institutions)"였기 때문이라고 로비슨은 명시한다. 이러한 분석은 1970년대 초 수하르토 신질서(New Order) 체제의 부상을 배링턴 무어(Barrington Moore)의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이 제시한 비교역사적 틀 위에서 재조명한 결과다.

이 논문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ODA와 시민사회 연구가 오랫동안 씨름해온 딜레마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개발협력 담론은 통상 민주적 거버넌스, 시장 개혁, 시민사회 강화를 상호 보완적인 목표로 상정해 왔지만, 로비슨의 분석은 오히려 시장 제도와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과두 세력에 의해 포섭되고 도구화될 수 있는 대상임을 시사한다. 이는 동남아시아 다수 국가에서 관찰되는 "포획된 국가(captured state)" 현상, 그리고 원조 공여국이 지원하는 제도 개혁이 현지의 기득권 네트워크에 흡수되어 형해화되는 반복적 실패 사례들과 궤를 같이한다. 즉 제도의 형식적 이식만으로는 권력 구조의 실질적 변화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연구가 시민사회 및 지역 정치경제 논의에 제공하는 중요한 함의다.

정책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논문은 개발협력 실무자들이 거버넌스 개혁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표면적 제도 지표(선거 실시 여부, 법제 정비 수준 등)를 넘어, 그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행위자들의 계급적·물적 이해관계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경고로 읽힐 수 있다. 특히 자원 렌트에 의존하는 국가에서는 민주적 절차의 도입 자체가 오히려 기존 과두 네트워크가 정당성을 재생산하는 통로로 활용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ODA 공여기관과 국제기구는 형식적 민주주의 지표 개선을 넘어선 권력관계의 구조적 변화 여부를 평가 기준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연구자와 실무자를 위한 미래 지향적 시사점은 무어의 비교역사사회학적 방법론을 현재의 동남아시아 정치경제 분석에 어떻게 재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로비슨의 작업이 보여주듯, 특정 국가의 민주주의 이행 경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냉전기 근대화론이나 단선적 발전 단계론에서 벗어나, 장기적 계급 형성과 국가-자본 관계의 역사적 특수성을 함께 검토하는 비교사적 접근이 요구된다. IOCSS를 포함한 개발협력 연구 기관들에게 이는 개별 프로젝트 단위의 성과 평가를 넘어, 수원국의 정치경제 구조 자체를 장기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방법론적 과제를 제기한다.

출처: Richard Robison,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2026), doi:10.1080/00472336.2026.2697467;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블로그 소개글(2026.7.17, journalofcontemporaryasia.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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