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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A]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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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News

출처: Journal of Contemporary Asia  |  게시일: 2026-09-14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democracy, indonesia

📄 영문 전문 보기 (iocss.org)  |  원문 출처 바로가기


인도네시아 정치경제 발전 경로를 배링턴 무어의 고전 이론틀로 재해석한 리처드 로비슨(Richard Robison)의 논문 실제 초록 원문을 JCA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동남아시아 정치경제 연구에서 독재와 민주주의의 갈림길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은 여전히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Soeharto)의 신질서(New Order) 권위주의 체제에서 1998년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로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과두 지배 구조와 지대추구적 정치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해체되지 않았다는 진단이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제개발협력(ODA)과 거버넌스 개혁 담론이 전제해온 "제도 개혁을 통한 민주주의 공고화"라는 낙관적 전제가 실제로 얼마나 유효한지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 게재된 리처드 로비슨의 회고적 논문 "Pathways to Dictatorship and Democracy: Indonesia and Barrington Moore"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자신이 1970년대 초 신질서 정권의 부상을 분석하며 배링턴 무어의 고전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을 발견했던 지적 여정을 되짚으며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로비슨은 논문 초록에서 근대 세계로 가는 길이 "자본주의 사회의 진화 과정에서 생성된 세력들 간의 권력과 부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형성되었다(the path to the modern world was forged in conflicts over power and wealth among forces engendered within the evolution of capitalist society)"는 무어의 명제를 인도네시아 사례에 적용한다. 그의 첫 번째 핵심 주장은, 인도네시아의 근대 자본주의 사회가 "지대추구 국가에 내재된 과두 지배 체제에 의해, 그리고 그 안에서 형성되었다(shaped...by and within a system of oligarchic domination embedded in a rentier state)"는 것이다. 즉 흔히 근대화론이 전제하는 아래로부터의 부르주아 혁명도, 중앙집권적 행정국가에 의한 위로부터의 혁명도, 시장 효율성이라는 보편적 힘도 아닌, 특정한 지대 추출 구조에 뿌리내린 과두 세력의 지배가 인도네시아 자본주의의 형성 경로를 규정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핵심 주장은 이러한 지배 체제의 제도적 저항성에 관한 것으로, 로비슨은 이 체제가 "기술관료적 결정이나 제도 개혁, 경제 위기에 의해 임의로 바뀔 수 없었는데, 이는 그것이 강력한 기득권을 지닌 하나의 사회질서를 구성했기 때문(could not be changed at will by technocratic fiat, institutional reform, or economic crises because it constituted a social order with its own powerful vested interests)"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진단은 ODA 및 국제개발 담론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제도주의적 접근, 즉 법치·투명성·반부패 프로그램과 같은 기술관료적 개혁 패키지가 축적되면 민주적 거버넌스가 자연히 공고화될 것이라는 가정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에서도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선거 민주주의의 절차적 형식이 도입되었음에도 지역 유력 가문과 정치적 기업집단이 국가 자원과 지대를 장악하는 과두적 정치경제 구조가 존속한다는 점이다. 이는 시민사회 활성화나 선거 제도 정비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로, 공여국과 국제기구가 설계하는 거버넌스 원조 프로그램이 종종 표면적 제도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제도를 실질적으로 포획하고 있는 지대추구 연합의 정치경제적 기반을 간과해왔다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로비슨의 논의는 결국 동남아시아 정치경제의 변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제도 그 자체보다 그 제도를 둘러싼 권력과 이익의 배치를 우선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정치경제학적 전통, 즉 무어에서 이어져 리처드 로빈슨 본인이 오랫동안 발전시켜온 "지배 연합(ruling coalition)"과 "지대추구 국가" 분석틀의 연장선에 있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논문은 개발협력 실무자들에게 민주주의 이행 및 공고화 지원 사업을 설계할 때 형식적 제도 지표(선거 실시 여부, 법률 제정 여부)를 넘어 실질적 권력 구조와 자원 배분 메커니즘을 함께 진단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반부패 개혁이나 규제 완화와 같은 기술관료적 처방이 기존 과두 세력에 의해 재전유되거나 형식화될 위험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며, 시민사회 지원 프로그램 역시 단순한 조직 역량 강화를 넘어 지대추구 구조에 도전할 수 있는 정치적 연합 형성을 목표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에게는 배링턴 무어의 거시역사적 비교방법론이 냉전기 근대화론을 넘어서는 여전히 유효한 분석 도구임을 재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이를 동시대 아시아의 지대추구 자본주의 분석에 어떻게 정교하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적 과제를 제기한다.

향후 연구와 실무 양 측면에서 이 논문이 던지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를 평가하려는 연구자는 선거 경쟁이나 헌정 제도의 안정성과 같은 절차적 지표에 더해, 국가 지대와 자원을 통제하는 사회세력의 재생산 메커니즘을 함께 추적하는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ODA 공여기관과 정책결정자들은 거버넌스 개혁 프로그램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누가 개혁으로부터 손실을 보고 누가 이익을 얻는가"라는 이해관계 지형을 명시적으로 분석에 포함시킴으로써, 개혁이 기존 과두 지배 구조에 흡수되어 형해화되는 것을 방지할 실질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로비슨이 자신의 지적 궤적을 통해 보여주듯, 배링턴 무어가 반세기 전 제시한 "권력과 부를 둘러싼 갈등이 근대로 가는 경로를 만든다"는 통찰은 오늘날 아시아 신흥민주주의의 불안정성과 그 근저에 있는 과두적 자본주의 질서를 이해하는 데 여전히 강력한 분석적 나침반으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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