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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성과 그 불만: 향상의 시대 운동 성취에 관한 철학적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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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인간 향상의 스포츠적 맥락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라는 올림픽 모토는 스포츠에 내재된 향상(enhancement)에 대한 열망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인간은 항상 신체적 역량의 한계를 탐구하고 확장하려 해왔다. 그러나 첨단 과학기술이 이 열망을 실현하는 수단을 점점 더 강력하고 다양하게 제공하는 시대에, '탁월성'의 의미와 향상의 윤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은 그의 저서 '완벽함의 반대 의미'에서 인간 향상에 대한 집착이 '재능의 개방성(openness to giftedness)'—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태도—을 잠식한다고 우려한다. 스포츠는 이 논쟁이 가장 극적으로 펼쳐지는 무대이다. 도핑, 유전자 편집, 첨단 장비, AI 기반 훈련의 윤리적 지위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진정한 스포츠 탁월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물음으로 귀결된다.

탁월성의 다층적 개념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성(arete)을 단순한 능력이 아닌 최고의 기능을 발휘하는 상태, 즉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를 향한 인격적 탁월함으로 이해하였다. 스포츠에 적용하면, 운동 탁월성은 단순히 빠르거나 강한 것이 아니라, 해당 스포츠의 내재적 선(internal goods)을 최고 수준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앨러스데어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의 실천(practice) 개념은 스포츠 탁월성 이해에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스포츠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규범과 기준을 가진 사회적 실천이며, 그 안에서 추구되는 탁월성은 단순한 물리적 성과가 아니라 그 실천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향상 기술의 사용이 탁월성을 강화하는지 훼손하는지는, 그 기술이 해당 스포츠 실천의 의미와 어떻게 관계 맺는지에 달려 있다.

도핑 문제: 경계의 문제

도핑 금지는 스포츠 향상 윤리의 가장 명시적인 규범화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 목록은 도핑의 기준을 제시하지만, 그 경계는 본질적으로 자의적이다.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은 금지되지만 고도 훈련은 허용된다—둘 다 혈중 적혈구 수를 증가시키는데. 산소 텐트 사용은 허용되지만 혈액 수혈은 금지된다. 합법적 보충제와 불법 약물 사이의 경계는 화학적·생리학적 기준이 아닌 거버넌스 결정에 의해 설정된다.

이러한 자의성에도 불구하고 도핑 금지가 정당화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공유된 규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핑 규정의 일관성이나 완벽성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참가자가 동일한 규칙 아래 경쟁한다는 신뢰이다. 이 신뢰가 무너지면 스포츠 경쟁의 의미 자체가 훼손된다.

기술적 향상: 수영복에서 탄소 신발까지

2008-09년 전신 수영복 논란은 기술적 향상과 스포츠 공정성의 긴장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수영복을 착용한 선수들이 연달아 세계 기록을 경신하자, 국제수영연맹(FINA)은 결국 이를 금지하였다. 여기서 제기되는 물음은, 수영 기록이 선수의 탁월성을 측정하는 것인지 수영복 기술을 측정하는 것인지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부터 본격 사용된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계열의 탄소 플레이트 육상화는 유사한 논쟁을 낳았다. 연구에 따르면 이 신발은 달리기 경제성을 4-5% 향상시킨다—이는 마라톤에서 수 분의 기록 단축에 해당하는 효과이다.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은 결국 일부 제한 규정을 도입하였지만, 탄소 신발은 여전히 허용된다.

향상의 미래: 유전공학과 신경기술

현재의 향상 기술보다 더 심층적인 도전이 예고되어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을 통한 운동 능력 강화, 신경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근신경 최적화, AI 기반 실시간 코칭이 스포츠에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유전자 편집이 허용된다면, 스포츠 경쟁은 선수 개인의 탁월성이 아닌 유전 기술의 경쟁이 된다. 이것은 단순히 '불공정'의 문제를 넘어, 스포츠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묻게 만든다. 인간 신체의 자연적 역량을 탐구하고 경쟁하는 공간으로서의 스포츠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결론: 향상과 탁월성의 화해 가능성

탁월성과 향상의 관계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해결될 수 없다. 모든 훈련과 기술 사용을 '향상'으로 보면, 스포츠 자체가 향상의 실천이다. 반대로 어떤 향상 기술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스포츠는 역사를 멈춘 화석이 된다. 핵심은 어떤 향상이 스포츠의 내재적 가치와 의미를 증진하고, 어떤 향상이 그것을 훼손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성찰하며 거버넌스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 성찰의 과정이 바로 향상의 시대에 스포츠 철학이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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