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Politics in Latin America | 게시일: 2026-05-30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bolsonaro, brazil, electoral, far-right,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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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브라질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la da Silva)가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를 근소한 차이로 꺾으며 재집권에 성공했을 때, 많은 관측자들은 브라질 극우 포퓰리즘의 퇴조를 예견했다. 그러나 『Journal of Politics in Latin America』에 게재된 이 논문은 그러한 낙관적 전망이 얼마나 섣부른 판단이었는지를 날카롭게 반박한다. 선거 결과만으로 정치적 운동의 생사를 평가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응집력과 사회적 동원력의 구조적 지속성을 간과하는 오류이며, 브라질의 극우 정렬(far-right alignment)은 보우소나루 개인의 정치적 부침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생명력을 획득했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 주장이다. 이는 단순히 브라질 내부의 정치적 현상을 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의 제도화 메커니즘에 대한 중요한 학술적·정책적 함의를 지닌다.
이 논문이 제기하는 두 가지 핵심 연구 질문은 보우소나루 운동의 부상과 그 이데올로기적 프로젝트가 2022년 선거 패배 이후에도 어떻게 공고화될 수 있었는가이다. 연구는 보우소나루주의(Bolsonarism)를 단순한 선거 연합이나 개인 숭배 현상으로 환원하지 않고, 브라질 사회의 특정 계층과 제도적 행위자들 사이에서 구조적으로 내면화된 이데올로기 정렬로 분석한다. 복음주의 개신교 공동체, 농업 자본가 집단(agronegócio), 보안 및 군사 관련 직역 종사자들로 구성된 이른바 '총·성경·소(bullets, Bibles, and beef)' 연합은 단순한 선거 편의주의를 넘어 공유된 세계관과 이해관계를 토대로 결속된 정치적 블록임을 논문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 블록은 선거 주기와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의회 내 코카우스(bancada), 지방 행정, 미디어 생태계 등 다층적인 제도적 거점을 통해 그 영향력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반동적 포퓰리즘 이상의 조직적 실체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브라질의 사례는 라틴아메리카 지역 정치경제의 광범위한 흐름, 그리고 ODA 및 국제 개발협력의 맥락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째, 브라질을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에서 극우 세력의 공고화는 시민사회 공간(civic space)의 축소와 구조적으로 연동되어 있다. 보우소나루 집권기 동안 환경 NGO, 원주민 권리 단체, 여성·성소수자 인권 조직에 대한 조직적 탄압이 이루어졌으며, 이들 조직의 운영 기반과 국제 연대 네트워크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룰라 재집권 이후에도 의회와 지방 권력에 깊이 뿌리내린 극우 블록은 시민사회 친화적 정책의 입법화를 지속적으로 저지하는 거부권 행위자(veto player)로 기능하고 있다. 둘째, 아마존 보호,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약자 보호를 중심으로 구성된 국제 개발협력 의제는 브라질 내부의 극우 이데올로기 정렬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적 긴장을 내포한다. 국제 공여국과 다자 개발기구들은 브라질 정부와의 협력 체계를 설계할 때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의 지속성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논문은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민주주의 회복력(democratic resilience)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ODA 프로그램의 설계에서 선거 결과 중심의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브라질의 사례는 공식적인 권력 교체가 반드시 민주적 공간의 실질적 확장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극우 블록이 의회, 사법부, 지방 행정에서 유지하는 구조적 영향력은 진보적 정부의 정책 집행을 지속적으로 제약하며, 이는 시민사회 조직이나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개발협력 사업의 실효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이 연구는 극우 이데올로기의 확산을 단순히 경제적 불만이나 일시적 대중 감정으로 설명하는 기존의 단선적 분석 틀을 넘어, 이념적 헤게모니의 구축 과정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 대응을 위한 개발협력 전략이 단기적 선거 지원이나 제도적 역량 강화를 넘어, 시민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포용적 담론 생태계 조성 등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포괄해야 함을 시사한다.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이 논문은 중요한 방법론적·실천적 과제를 제시한다. 학술적으로는 '선거 이후(post-electoral)' 정치 변동 연구의 분석 단위와 시간적 지평을 확장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회복을 선거 주기에 종속된 단기 지표로 측정하는 접근은 브라질 사례가 보여주듯 구조적 이데올로기 변동의 심층 동학을 포착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비교정치학적 관점에서도 헝가리, 인도, 튀르키예 등 다른 맥락에서 관찰되는 '선거적 권위주의'의 공고화 경로와의 비교 분석은 보우소나루주의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가늠하는 데 있어 풍부한 연구 의제를 제공할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이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시민사회 지원 전략을 수립할 때, 극우 정치 블록의 제도적 거점과 이들이 시민사회 공간에 미치는 억압 메커니즘을 면밀히 분석하는 사전 정치경제 분석(political economy analysis)을 체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브라질의 극우 정렬은 보우소나루의 선거 운명과 함께 소멸하지 않았으며, 이 냉정한 인식에서부터 실효성 있는 개입 전략은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