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urnal of Politics in Latin America | 게시일: 2026-08-13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bolsonaro, brazil, electoral, far-right,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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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Luiz Inácio Lula da Silva)가 현직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를 근소한 차이로 꺾으며 권력을 탈환한 사건은 중남미 정치의 일대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선거 결과만으로 브라질 극우 정치 운동의 소멸을 선언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른 판단이었다. 『Journal of Politics in Latin America』 2026년 8월호에 게재된 이 논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보우소나루의 2022년 선거 패배가 그의 이념적 프로젝트의 종언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브라질 사회 내에서 극우 정치 세력의 공고화(consolidation)가 구조적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분석한다. 이 연구는 단순한 선거 결과 분석을 넘어, 국제 개발협력·민주주의 공고화·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학술적·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논문의 핵심 주장은 브라질 극우 세력이 특정 지도자의 개인적 선거 운명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념적 정렬(ideological alignment)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리즘(Bolsonarism)은 복음주의 개신교 네트워크, 농업 자본(agro-business lobby), 안보·군사 집단,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라는 네 가지 구조적 기둥 위에 구축된 연합체로 분석된다. 이 연합은 2022년 선거 이후에도 연방의회 내 강력한 의석을 유지했으며, 지방 정치 수준에서의 조직화를 심화시켰다. 특히 논문은 보우소나루가 사법적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도 그의 후계 세력들이 정당 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지지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극우 정치의 제도화가 단기적 포퓰리즘의 산물이 아닌 중장기적 구조 변동임을 논증한다. 이러한 분석은 기존 연구가 보우소나루의 부상을 개인적 카리스마나 경제적 불만에서 기인하는 일시적 현상으로 설명하는 데 그쳤던 한계를 넘어선다.
브라질 극우 세력의 공고화는 라틴아메리카 전반의 정치 지형 변동, 그리고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후퇴(democratic backsliding) 흐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페루,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등 인접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극우적 포퓰리즘의 부상이 관찰되고 있으며, 이는 특정 국가의 일탈적 사례가 아닌 지역적 구조 변동의 일환임을 시사한다. 국제 개발협력(ODA)의 관점에서 이 흐름은 특히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브라질은 아마존 보호, 기후변화 대응, 식량 안보 등 글로벌 공공재의 핵심 공급자로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으나, 극우 정치 세력이 의회 및 지방 정부 수준에서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 룰라 정부의 친환경·친사회 정책이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나아가 시민사회 조직들은 보우소나루 집권기에 가해진 조직적 탄압과 재정 축소의 후유증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며, 이는 국제 NGO 및 양자 원조 공여국들이 파트너십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구조적 제약이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연구는 민주주의 지원(democracy support) 프로그램과 시민사회 역량 강화 사업을 설계하는 공여국 및 국제기구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선거 중심의 민주주의 지표만으로 수원국의 거버넌스 상황을 평가하는 기존 접근법은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다.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고 해서 권위주의적 가치 체계와 반자유주의적 제도 침식이 자동으로 역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ODA 전략은 선거 주기를 초월한 중장기적 제도 강화와 사법부 독립성 지원, 그리고 독립 언론 및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또한 이 논문이 밝혀낸 종교 네트워크와 극우 세력의 연계는, 개발협력 현장에서 종교 기반 시민사회 조직(FBO: Faith-Based Organization)을 파트너로 선정할 때 그 정치적 성격과 가치 지향을 보다 정밀하게 검토해야 함을 촉구한다.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이 논문이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미래적 과제는 극우적 정치 정렬의 구조적 지속성을 측정하는 분석 틀의 개발이다. 선거 득표율이나 의석수 같은 단기 지표를 넘어, 이념적 연합의 조직적 밀도, 디지털 동원 역량, 그리고 지방 정치 수준에서의 침투 깊이를 복합적으로 측정하는 다차원 지표 체계가 요구된다. 시민사회 연구의 관점에서는 브라질 사례가 권위주의적 후퇴기에 시민사회가 어떻게 생존 전략을 모색하며 회복력(resilience)을 구축하는가에 대한 비교 연구의 기초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 IOCSS와 같은 연구 기관은 이 사례를 동아시아·동남아시아의 유사 정치 변동과 비교하는 지역 횡단적 연구로 확장함으로써, 한국의 ODA 정책 수립과 국제 시민사회 파트너십 전략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비교 정치경제학적 지식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