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Latin American Perspectives | 게시일: 2026-06-25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bolsonaro, brazil, far-right, government, policy, politics, social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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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현재, 글로벌 남반구에서 포퓰리즘 우파 정권의 집권이 사회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개발협력 연구자들과 국제기구 실무자들의 최우선 관심사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브라질의 사례는 이 문제를 분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례 연구를 제공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조건부 현금이전 프로그램(Conditional Cash Transfer, CCT)으로 평가받아온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가 자이르 볼소나루(Jair Bolsonaro) 행정부 하에서 어떠한 정치적·구조적 변환을 겪었는지를 분석한 이 연구는, 단순히 브라질 일국의 복지정책 변화를 넘어 극우 정권과 사회정책의 공존 가능성이라는 이론적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외부 충격이 중첩된 상황에서 볼소나루 정권은 과연 복지국가를 해체(dismantling)하였는가, 아니면 정책 표류(drifting)를 통해 기존 제도를 서서히 변형시켰는가라는 물음은 비교사회정책론 및 개발정치경제학 양 분야에 핵심적인 이론적·실증적 함의를 던지고 있다.
이 논문은 볼소나루 행정부가 볼사 파밀리아를 아욱실리우 브라질(Auxílio Brasil)로 재편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함으로써, 극우 정권의 사회정책 개입 방식이 단순한 축소나 폐기가 아닌 복합적인 재구성(reconfiguration)의 형태를 띤다는 점을 논증한다. 볼사 파밀리아는 2003년 룰라(Lula) 대통령 집권 초기에 기존의 분산된 소규모 이전 프로그램들을 통합하여 창설된 제도로, 이후 20여 년간 브라질 빈곤 감소의 핵심 기제로 작동하며 국제 개발 커뮤니티로부터 모범적 CCT 모델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가 도래하면서 볼소나루 정권은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긴축 기조와 명백히 모순되는 대규모 긴급재난지원금(Auxílio Emergencial)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정권의 이념적 일관성과 정책 경로의존성 사이의 심각한 긴장을 표면화시켰다. 논문은 이 과정에서 볼소나루 정권이 복지 수혜자층을 정치적 동원의 도구로 활용하는 선거주의적 동기(electoral opportunism)와, 기존 제도의 해체 비용을 회피하려는 관성적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아욱실리우 브라질로의 전환은 수혜 범위의 외형적 확대를 수반했으나, 이는 견고한 제도적 재설계나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이루어진 정치적 수사에 가까운 것이었다는 점에서, 외양상의 확장 뒤에 감추어진 구조적 취약화라는 역설을 드러낸다.
이 연구의 함의는 브라질의 맥락을 훨씬 넘어선다.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걸쳐, 그리고 아프리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관찰되고 있다. 극우 포퓰리스트 정권이 집권할 경우, 기존의 누진적 사회정책은 즉각적인 폐지보다는 점진적인 제도 침식과 성격 변환을 통해 약화된다는 '정책 표류' 이론의 타당성이 이 사례를 통해 재확인된다. 볼소나루 정권은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이 선호하는 재정건전성 원칙을 공언하면서도, 선거 직전 시기에는 대규모 현금 지원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술적 복지주의(tactical welfarism)를 구사하였다. 이는 개발협력 분야에서 흔히 전제되어온 '우파 정권 = 복지 축소'라는 단선적 도식의 한계를 드러내며, 정권의 이념과 실제 정책 산출 사이의 간극을 매개하는 제도적·선거적·국제적 요인들에 대한 보다 정교한 분석 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한 ODA 공여국들과 국제개발기관들이 수원국의 정치 변동에 따른 복지정책 변화를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실천적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킨다.
정책적 관점에서 이 연구는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개발 원조의 프로그램 설계 단계에서 수원국의 정치적 리스크, 특히 정권 교체 시 정책 연속성 훼손 가능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볼사 파밀리아처럼 높은 국제적 가시성과 제도적 성숙도를 지닌 프로그램조차 정치적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은, 프로그램 기반 원조(Programme-Based Approach)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청한다. 둘째, 팬데믹과 같은 복합 위기 상황에서 기존 사회보호 제도의 역할이 극대화되는 동시에, 정치적 도구화의 위험 또한 증가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볼소나루 정권이 긴급 이전 지출을 대폭 확대한 것은 인도주의적 필요에 대한 응답인 동시에 다음 선거를 겨냥한 전략적 투자였으며, 이 두 동기의 중첩은 원조의 효과성과 투명성 기준을 적용하는 데 있어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셋째, 시민사회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브라질에서 볼사 파밀리아의 제도적 외피가 비록 변형된 형태로나마 유지될 수 있었던 데에는, 수혜자 단체, 학술 공동체, 미디어, 그리고 지방정부 수준의 시민사회 행위자들이 제도 해체에 저항하는 역할을 수행했음을 이 연구는 시사한다.
미래의 연구자와 실무자들에게 이 논문은 몇 가지 중요한 탐구 방향을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정권 이념과 사회정책 변화의 관계를 분석하는 데 있어 '해체 대 표류'라는 이분법적 틀을 정교화하고, 이를 다양한 국가 맥락에서 비교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2023년 룰라의 재집권 이후 볼사 파밀리아의 복원 과정은, 역방향의 정책 변환이 어떤 제도적·정치적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는지를 분석할 수 있는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ODA 신흥 공여국들에게, 브라질의 사례는 수원국의 사회보호 시스템 강화를 목표로 하는 개발협력 사업이 단기적 성과 지표 이상의 거버넌스 및 정치경제적 맥락 분석을 필수적으로 수반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개발협력의 장기적 효과성은 단순히 프로그램의 기술적 설계 우수성이 아니라, 해당 정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정치제도적 토양의 건강성에 의해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구는 개발학, 비교정치학, 그리고 복지국가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중요한 이론적 기여를 제공하며, IOCSS와 같은 연구기관이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할 학술적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