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Latin American Perspectives | 게시일: 2026-07-02
분류: 정권·선거 변동 | 키워드: bolsonaro, brazil, far-right, government, policy, politics, social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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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극우 정부의 볼사 파밀리아 재편: 복지국가 해체인가, 표류인가
2000년대 초 룰라 정부 하에 도입된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는 조건부 현금 이전(CCT) 프로그램의 세계적 모범으로 자리매김하며 수천만 명의 빈곤층을 지원해 온 라틴아메리카 복지 정책의 상징적 제도이다. 그러나 2018년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의 집권과 함께 브라질 사회정책 지형은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Latin American Perspectives》에 게재된 이 연구는 보우소나루 행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배경으로 볼사 파밀리아를 아우실리우 브라질(Auxílio Brasil)로 재편한 과정을 분석하며, 복지국가의 미래를 둘러싼 핵심 질문을 제기한다. 바로 '해체(dismantling)'인가, 아니면 '표류(drifting)'인가라는 물음이다. 이 질문은 단순히 브라질 국내 정치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권 하에서 사회보호 제도가 어떤 경로를 걷는가라는 국제 개발 및 정치경제학의 핵심 의제와 깊이 맞닿아 있다.
이 논문의 핵심 주장은 보우소나루 정부가 이념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긴축과 '좌파 포퓰리즘'에 대한 반감을 기반으로 출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외생적 충격이 이 정부로 하여금 대규모 현금 이전 프로그램을 오히려 확대하도록 강제하였다는 점이다. 팬데믹 초기 도입된 긴급 지원금(Auxílio Emergencial)은 볼사 파밀리아 수혜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로 집행되었고, 이는 역설적으로 극우 정부가 복지국가적 수단에 의존하는 모순적 상황을 연출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는 단순한 정책 연속성이 아닌, 프로그램의 목표·대상·운영 논리의 미묘하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포착한다. 볼사 파밀리아가 빈곤 감소와 사회적 권리 신장을 목표로 설계된 반면, 아우실리우 브라질로의 전환은 정치적 시혜의 색채를 강화하고 프로그램의 조건부 기준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였다. 이는 제도의 외형적 유지 이면에 내재적 기능과 이념적 기반의 변질이 진행되는, 슈나이더(Schneider)와 잉그램(Ingram)이 말하는 '제도적 전용(layering and conversion)'의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라틴아메리카 사회정책의 광범위한 역사적 흐름과 현재 국제 개발 의제 속에서 보다 풍부한 함의를 지닌다. 1990년대 이후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의해 약화된 남미 복지 제도는 2000년대 '핑크 타이드(Pink Tide)' 시기 조건부 현금 이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재건되었으며, 이는 국제 공여국과 다자 개발 기구들이 적극 지원한 사회보호 모델이기도 하다. 세계은행, IMF, UNDP는 브라질의 볼사 파밀리아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채택해야 할 표준 모델로 권장하였고, 이 프로그램은 수십 개국의 유사 제도 설계에 직접적인 영감을 제공하였다. 보우소나루 정부 하에서의 프로그램 변형은 따라서 단순한 브라질 국내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개발원조(ODA)의 프로그램 모델 이식 전략과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공여국 주도의 사회보호 제도가 수원국의 정권 교체와 이념적 전환을 넘어 어떻게 제도적 탄력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는 개발협력 설계자들이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도전이다.
정책적 함의의 측면에서 이 연구는 복지 제도의 '이름 바꾸기(renaming)'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 논리와 수혜자 관계의 근본적 재편을 수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아우실리우 브라질로의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수혜 기준의 이완, 정치적 가시성의 극대화, 그리고 탈빈곤화 목표의 약화는 시민권 기반 복지 모델이 정치적 도구화에 취약함을 보여준다. 이는 사회보호 정책을 보편적 권리가 아닌 조건부 시혜로 재프레이밍하는 우파 포퓰리즘 전략의 일환으로, 에스핑-안데르센(Esping-Andersen)의 복지 체제론이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복지 재편 경로를 시사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연성 해체(soft dismantling)' 또는 '표류(policy drift)'를 분석하기 위해 기존의 삭감·팽창 이분법을 넘어서는 보다 정교한 분석 틀을 개발해야 하며, 특히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룰라 행정부가 볼사 파밀리아를 복원·강화한 역과정을 함께 추적함으로써 제도 탄력성과 경로 의존성의 동학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무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이 연구가 남기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사회보호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단순히 재정 규모나 수혜자 수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떠받치는 이념적 토대, 시민사회의 감시 역량, 그리고 국제적 규범 연계의 강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볼사 파밀리아의 사례는 강력한 사회적 지지 기반과 국제적 인정을 받은 프로그램조차 이념적으로 적대적인 정권 하에서 점진적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개발협력 설계 단계에서부터 제도적 자율성과 시민사회 참여 구조를 내재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운다. 또한 코로나19가 복지 확대의 정치적 기회를 창출하였음에도 그것이 구조적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한 경험은, 위기 대응형 사회정책이 가진 일시성의 함정을 넘어서는 제도 설계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IOCSS를 비롯한 개발협력 연구기관들은 글로벌 사우스의 사회보호 제도가 정권 변화의 압력 속에서도 취약 계층을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핵심 연구 의제로 심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