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of African Political Economy · Vol. 51, No. 180, 2024
초록
본 논문은 중국의 아프리카 개발금융을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 접근을 통해 재검토한다. 기존 연구들이 중국 개발금융을 단일한 국가 주도 현상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본 논문은 중국의 아프리카 개발금융이 다양한 행위자(정책은행, 국유기업, 지방정부, 민간 기업)와 다양한 금융 수단(양허성 대출, 시장금리 대출, 직접투자, 자원 담보 금융)으로 구성된 이질적이고 분화된 현상임을 주장한다. 이 분화는 전략적이며, 아프리카 각 지역의 특수한 필요와 기회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1. 서론: 중국 아프리카 개발금융의 복잡성
중국의 아프리카 관여는 서방 언론과 정책 커뮤니티에서 종종 단일한 국가 주도 현상, 즉 '베이징 컨센서스'의 수출 또는 '부채 함정 외교'(debt trap diplomacy)의 실행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서사는 중국 정부의 아프리카 전략이 중앙에서 조율된 일관된 계획에 따라 실행된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그러나 이 서사는 실증적으로 지지되지 않는다. AidData, SAIS-CARI, Global Development Policy Center 등의 연구 기관들이 축적한 데이터는 중국의 아프리카 개발금융이 훨씬 더 분산되고 이질적인 현상임을 보여준다. 중국 개발은행(CDB)과 중국수출입은행(Exim Bank)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중국의 지방정부, 국유기업, 민간 기업들도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아프리카 투자를 진행한다.
2. 중국 아프리카 개발금융의 주요 행위자
중국의 아프리카 개발금융을 구성하는 주요 행위자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정책 금융기관: 중국수출입은행(CDB)은 아프리카 인프라 대출의 최대 단일 제공자이다. 200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에티오피아, 케냐,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에 대규모 교통, 에너지 인프라 대출을 제공했다. 중국개발은행(CDB)은 주로 에너지와 광업 부문의 상업적 대출을 담당한다.
둘째, 국유기업: 중국전력건설, 중국교통건설, 中国电信(차이나텔레콤) 등 국유기업들은 인프라 건설 계약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면서 동시에 직접투자를 진행한다. 이들의 아프리카 활동은 중앙정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독자적 사업 논리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셋째, 민간 기업: 광저우, 옌타이 등 중국 지방 도시를 기반으로 한 민간 기업들은 섬유, 식품 가공, 소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프리카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는 중국 정부의 공식 대외원조 통계에 잡히지 않으며, 전략적 고려보다는 시장 기회를 좇는 순수한 상업적 동기에서 이루어진다.
3. 금융 수단의 다양화
초기 중국 아프리카 개발금융이 주로 양허성 대출 형태를 취했다면, 2010년대 이후에는 금융 수단의 다양화가 나타났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차입 역량 향상, 국제 금융시장과의 통합 심화, 그리고 중국 측의 새로운 투자 전략 발전을 반영한다.
자원 담보 대출(resource-backed loans)은 중국 대출의 독특한 특성으로 주목받았다. 앙골라, 콩고공화국, 가나 등에서 중국은 석유나 광물 수출 수익을 대출 상환의 담보로 요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서방 공여국들이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원이 풍부하지만 국제 금융 시장 접근이 제한된 국가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4. 부채 지속가능성과 '부채 함정' 논쟁
중국의 아프리카 대출이 '부채 함정'을 조성한다는 주장은 Brahma Chellaney(2017)에 의해 처음 체계화되었으며, 잠비아와 스리랑카의 사례가 주요 증거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다.
Brautigam과 Gallagher(2014), Gelpern et al.(2021) 등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채무 불이행 시 자산 압류보다는 부채 재조정과 탕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잠비아의 경우, 중국은 잠비아의 부채 재구조화 협상에서 G20 공동 틀(Common Framework) 하에서 협상에 참여했다. 함비아 채무의 상당 부분이 서방 민간 채권자들이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협상 거부가 재구조화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5. 아프리카의 행위성: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전략적 행위자
중국-아프리카 관계 논의에서 종종 간과되는 것은 아프리카 국가들 자체의 행위성이다. 아프리카 정부들은 중국 대출을 단순히 수용하는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경쟁하는 외부 행위자들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하는 능동적 행위자이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 대출과 서방 기관의 대출을 동시에 활용하는 '금융 다각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어느 단일 외부 행위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방지하고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세계은행·IMF·중국·중동 국가들로부터의 자금을 모두 활용하는 정교한 다각화 전략을 구사해왔다.
6. 결론
중국의 아프리카 개발금융은 단일한 국가 전략의 표현이 아니라, 다양한 중국 행위자들이 다양한 금융 수단을 통해 다양한 아프리카 맥락과 상호작용하는 복잡하고 분화된 현상이다. 이를 '부채 함정 외교'나 '베이징 컨센서스의 수출'로 단순화하는 서사는 이 복잡성을 은폐한다. 아프리카의 발전을 위해 중국 금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핵심은 아프리카 국가들 자신의 거버넌스 역량과 전략적 판단 능력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 Brautigam, D. (2009) The Dragon's Gift: The Real Story of China in Africa.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 Gallagher, K. and Kaplan, S. (2019) 'From Washington Consensus to Beijing Consensus?', Journal of Policy Analysis and Management.
- Gelpern, A. et al. (2021) How China Lends: A Rare Look into 100 Debt Contracts. AidData.
- Langan, M. (2017) Neo-Colonialism and the Poverty of Development in Africa. London: Palgrave.
- Mohan, G. et al. (2014) Chinese Migrants and Africa's Development. London: Zed Books.